[TF초점]靑 vs 한국당, '김기식 논란' 전면전…장제원 "입법부 사찰"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출장을 놓고 사실상 전면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9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임수경, 김기식(왼쪽 두 번째부터)의원이 천정배(현 민주평화당) 의원의 차녀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더팩트DB

정치권 의견 분분…개헌·지방선거 앞두고 '블랙홀' 될 것 우려 나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갑질 해외 출장 논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공방이 전면전 양상을 보인다.

12일 청와대가 여당을 통해 무작위 16개 기관 관련 19·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해보니 총 167차례였으며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한국당 의원이 94차례였다고 밝히자 한국당은 "입법부에 대한 사찰"이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선 김 원장 공방의 이러한 양상이 개헌뿐만 아니라 정치권 이슈 전체를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16개 기관 관련 19·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공개하며 김 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靑 "선관위에 질의… 국회의원 출장 사례 조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조금 전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 사항을 보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선관위의 공식적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의뢰한 쟁점은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 보좌직원에게 퇴직금 준 것이 적법한지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 출장 간 것 적법한지 ▲보좌직원, 인턴과 동행 해외 출장 가는 것이 적법한지 ▲해외 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김 원장이 비판받고 있는 사항들이다.

이는 김 원장이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을 두고 '갑질 출장'이라며 야권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김 원장 진퇴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선관위 유권해석을 의뢰하기 전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했다며 "전체를 살펴보면 그 숫자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 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한국당 "입법부 사찰…민주주의 파괴 폭거"

이에 한국당은 "입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크게 반발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의 발표 후 국회 정론관 현안 브리핑에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국회의원을 사찰한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폭거"라고 지적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임 비서실장 명의로 '김기식 갑질 뇌물 외유 사건'에 대해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은 초점을 흐리는 초등학생 수준의 질의이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김기식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탈출해 보려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국민기만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가 19대, 20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사례를 전수조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국회의원에 대한 전면 사찰이자, 입법부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 외에는 그 누구도 감찰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전원을 사찰한 행위는 독재로 가기 위해 대한민국 입법부 전체를 재갈 물리려는 추악한 음모일 뿐 아니라 특히 야당 말살기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수석대변인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청와대의 입법부 사찰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개헌, 지방선거 등 주요 이슈를 앞두고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 DB

◆정치권 의견 분분…"김기식 논란, 정치권 집어삼킬 것"

이와 관련 정치권 의견도 분분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와대는 다른 국회의원이 모두 (피감기관 지원 출장을) 갔으면 괜찮다는 건데 이러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 적법성을 따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것이 적법하더라도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지적하는 부분이 김 원장의 적법성 논란이라면 그 부분은 정확히 따지고 가는 것이 맞다"며 "국회의원 출장 사례 조사가 '입법부 사찰'이라는 것 또한 무리한 지적이다. 요새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공무와 관련된 부분들은 확인할 수 있지 않나. 갈등을 풀기 위해선 야당도 더 마음을 열어 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논란이 장기화되며 여야의 전면전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과 지방선거 등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이슈들이 코앞에 있는데 이렇게 싸우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결국 이 싸움이 정치권 전체를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정치싸움으로 가면 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일단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올 때까지 직무 정지를 시켰다가 이상이 없으면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만두는 방법으로 중재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고 대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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