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靑.春'일기] 김기식 논란, 청와대가 뿔났다

청와대는 9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에 대해 공적인 일이며, 해임에 이를 사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이새롬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김의겸 대변인, 일부 언론 보도에 "기사 쓸 게 없구나" 불편한 심경 드러내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요 며칠 새 '김기식' 이름 석 자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데 대한 논란이 일면서다. 김 원장 본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야권의 공세는 거세다. 취임 일주일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원장 논란은 곧, 청와대로 불똥이 튀었다. 하나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임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또다시 개인의 도덕적 흠결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정치 공방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 내정 직후, 보수 야권은 '코드 인사' 비판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은 공세의 화력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오전 춘추관을 찾아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실패한 로비"라며 靑, 김기식 감싸기>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일 김 대변인의 발언을 실은 것이었다. 그는 2015년 5월, 김 원장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 3000여만 원으로 9박 10일간 미국, 유럽 출장을 간 경위를 설명하면서 "KIEP의 실패한 로비"라는 표현을 썼다. 김 원장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또 다른 논란을 키울 소지가 있었다. 이에 8일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틀 만에 해당 발언이 기사화됐고, 김 대변인은 "'기사 쓸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실패한 로비라고 한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최소한 대변인이 배경 브리핑에서 자유스럽게 좀 거친 표현을 쓴 것을 물고 늘어지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 "대변인 이름으로 써 달라"는 말까지 보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 언론의 김기식 원장의 논란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 대변인에 내정된 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청와대 제공

그리고 이날 오후 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까지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6일부터 9일까지 김 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내용을 확인했고, 이는 모두 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해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기식 논란'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로 읽혔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같은 논쟁의 원점은 결국 '인사의 딜레마'에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코드' '측근' '회전문' 등 '인사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로 여야 공수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지방 출신)', 박근혜 정부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수첩 인사' 등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 내각 과정에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판을 야권으로부터 받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조로 내건 터라, '인사 원칙'에 대한 '잣대' 역시 엄격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취임 전후 '탕평 인사'를 내걸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내각 초기 이런 말을 했었다. "코드 인사라고 하는데, 말 자체가 성립이 되질 않는다"며 "임명권자가 자신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을 임용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정부의 개혁 추진력을 위해 필요악'이란 게 그의 논지였다. '인사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다시, 김 대변인의 말을 곱씹어 본다. 결국, 인사의 성패는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라는 지점에 있다. 국민의 심판을 받을 '정도(程度)'인지, 그 인사의 방향성이 '정도(正道)'를 걷는지 말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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