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소' MB "뭐가 아쉬워 뇌물 받겠나…짜 맞추기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9일 검찰의 구속기소와 관련해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을 중대 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검찰로부터 횡령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9일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 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로 규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구속되기 이전에 작성해 기소 시점에 맞춰 발표하도록 맡겨놓은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구속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검찰의 기소는 '이명박을 중대 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일부 관제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유출해 보도하도록 조장했다. 그 결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덧씌워진 혐의가 마치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왜곡, 전파했다"면서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면 구속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줄줄이 구속되는 현실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이 목표다'는 말이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렸다며 사실상 검찰의 기소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하던 당시. /남윤호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솔직히 저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제가 지고 가야 할 업보라고 생각하며 감수할 각오도 했다"며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감정적인 화풀이이고, 정치보복인가보다 했지만, 그것은 저 이명박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은 천안함 폭침을 일으켜 46명의 우리 군인들을 살해한 주범이 남북화해의 주역인양 활개 치고 다니도록 면죄부를 주었다. 매년 천안함 묘역을 찾겠다고 영령들과 한 약속을 올해 지키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을 떠나 정치를 시작할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어떤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일도 없고, 재임 중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저는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평생 모은 재산 330억 원을 기부해 학생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저는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중 받은 월급 전액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런 제가 무엇이 아쉬워서 부정한 축재를 하고 부당한 뇌물을 받겠습니까?"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동운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9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정식 재판 회부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임세준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전용은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없고, ▲다스 소유권 문제는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에 대해선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저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이 법정에서 그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저는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헌정사상 유례없는 짜 맞추기 표적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제가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저는 학생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갔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민의 지지 속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면서 "그렇기에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에 깊이 분노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9일 이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조세포탈, 국고 등 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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