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주된 책임은 박근혜와 최순실에 있다"…사실상 종신형 선고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이다. 1심 판결대로 형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만 89세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범죄 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선고받은 형량은 13개 혐의에서 공동 정범으로 적시된 '비선실세' 최순실(62) 씨가 1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20년보다 4년 높은 형량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정질서는 큰 혼란에 빠졌고 대통령 파면까지 이르게 됐다. 이 사태의 주된 책임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피고인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대기업 강제모금(직권남용·강요), 최 씨의 딸 정유라(22) 씨 승마지원 요구(특가법상 뇌물수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직권남용·강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퇴진 지시(강요미수)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삼성에서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220억여 원(제3자뇌물)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행위에 대해 "정치 이념이 다르다고 배제한 것은 위헌적 조치"라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지원 배제한 것은 직권남용, 강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은 하급심으로는 최초로 TV생중계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는 김 부장판사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방청석 앞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는 법정 맨 앞쪽의 판사3명, 왼쪽의 검찰, 오른쪽의 피고인석을 번갈아 화면에 담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불출석 사유를 재판부에 제출한 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법원은 재판 종료 후 구치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판결문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