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만사청통' 지적 잇따라 제기돼…靑 "납득 안 간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가 직접 국정현안을 관리하면서, 잇따른 정부 부처 간 혼선을 빚는다는 '잡음'이 새 나온다. 일각에서 '만기친람(萬機親覽, 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보살핌)'이란 말까지 나왔다. 부처 쪽에서도 불편한 심기가 물밑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외교부·국방부·법무부·통일부 등 정부 부처 간 혼선을 잇따라 노출했다. 대표적 사건으로, 가나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국민들의 피랍에 대한 엠바고(보도 유예) 파기 논란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해당 사건에 엠바고를 요청했으나, 돌연 지난달 31일 이를 해제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과거 정부는 해외 피랍 대응 매뉴얼로, 피랍자의 안전을 위해 보도를 통제해 왔다.
관례를 깨고, 피랍 사실을 공개한 데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일 "공개수사 전환은 청와대의 판단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현지 언론에 피랍 사건이 보도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청와대도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피랍 사건 대응 과정에서도 국방부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가나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우리 국민 3명을 구출하기 위해 45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현지로 급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채 합동참모본부에 직접 출동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3일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영무 장관은 취임 후 현안 보고 차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할 때마다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발언과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대검찰청 기자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와 수사권조정 병행 견해를 드러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경과 등에 듣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 관련 문제가 계속 얘기되자, 조국 민정수석은 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수사권조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최근 언론에서 보도한 조정안 내용은 논의를 위한 초안 중의 하나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은 지금까지 수사권조정을 위하여 소통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실 것이다.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 두 분의 경우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각과 조직의 입장이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으로서 구존동이(求存同異)의 정신에 따라 논의를 하고 계신다. 이와 별도로 두 장관님과 민정수석의 회의는 병행된다"며 "세 사람은 당사자인 검경의 입장을 충실히 경청하면서도, 그에 속박되지 않고 대선공약의 취지와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또 현 정부 들어 외교 안보 박사·전문가 그룹이 청와대와 외교 안보 정부 부처로부터 '코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통일부는 오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콘트롤타워로 일정과 관련 브리핑 등을 주도하면서다. 관련 부처에선 "청와대에서 확인하라"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드 압박' 논란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일 "문재인정부가 그렇게 치밀한가.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괄적으로 우리 정부나 청와대에서 정부시책에 맞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하라고 했다는 건 없다"고 반박했다.
만기친람 식 국정운영 지적과 관련해선 "예를 들면 검경 문제의 경우 1차적으로 문제를 푸는 주체가 법무부 아닌가. 그래서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걸 (청와대가) 너무 크다고 하는 건 잘 납득이 안 간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