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서울시장 출마' 안철수, '신드롬'이냐 '무모한 도전'이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사진은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바른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 있는 안 위원장의 모습. /고양=이새롬 기자

'양보론'·'선거연대' 없다는 安, 朴 지지율 가질 묘수 있나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난 5·9 대선에 이은 1년여 만의 출마이자 2011년 10월 26일 보궐선거 이후 7년 만의 서울시장 도전이다. 6·1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에 나서는 안 위원장의 도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 생명'과 '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본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 장소는 서울의 중심인 시청 앞 서울시의회이다. 서울시 한가운데서 내는 출사표는 박 시장과의 정면 승부 선포로 해석된다. 3일 안 위원장 측은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경우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공언한 바 시민의 대표 기관인 서울시의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안 위원장은 시민들과 늘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홍대 입구나 광화문 광장 등을 출마 선언식 장소로 염두에 뒀다. 하지만 4일부터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어 실내 장소로 옮겼다.

지금까지 각 정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나 인지도에서 모자람 없는 이른바 '간판스타'를 내보냈다. 일찌감치 바른미래당에서 안 전 대표 등판이 거론됐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안 위원장은 그동안 계속해서 당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 요구를 받아왔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인 만큼 "당을 먼저 챙기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제 서울시장 인재영입으로 스스로를 택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3파전' 두고 자존심 싸움…安 "자유한국당, 싸워 이겨야 할 대상"

안 위원장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박영선·우상호 의원 간의 경선 통과자와 자유한국당 후보와 겨뤄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자 모두 중량감이 상당하다.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이 경쟁하는 '3파전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3자 구도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으로 더욱 주목 받는다.

민주당과 달리 인물난으로 서울시장 후보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보수 우파의 결집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여부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후보가 전략적으로 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날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민주당을 견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단일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안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라고 했고, 박주선 공동대표도 "단일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당 역시 선거 연대보다 '선거 완주'가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3파전이 맞다는 분위기"라며 "선거가 임박해서 중앙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단일화는 없다는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안 위원장과 박 시장 모두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양보론에 선을 긋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중도통합' 강조한 安, '양보' 없이 박원순 지지율 가질 수 있나

안 위원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출마가 거론되면서 '안철수 양보론'이 다시 화제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지만, 50% 넘는 높은 지지율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

'양보론'은 안 위원장의 입이 아닌 여당 내에서 더욱 들끓었다. 안 위원장이 과거 박 시장에게 양보했던 만큼 이번에는 박 시장이 안 위원장에게 밀린 빚을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안 위원장이 출마하면) 박 시장에 매우 불편해지는 구조"라고 했고, 또 다른 당내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도 "자신은 박 시장과 달리 안 위원장에게 빚진 것이 없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박 시장은 안 위원장과 대결해도 양보 가능성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박 시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과 가는 방향이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양보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도 양보론에 일단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현실을 들여다 보면 '3자 구도' 속에서 독자 승리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9 대선 때 전국 21.41% 득표율을 기록한 안 위원장의 서울시 득표율은 22.72%였다. 반면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55.5% 득표율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득표율 43.2%에 12.8% 앞선 수치로 당선됐다.

지난달 11일 <중앙선데이>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도 박 시장은 안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당과의 3자 대결에서 1위를 기록했다. 입소스 코리아가 지난 7일 서울 거주 성인 858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을 한 결과에서도 박 시장은 안 위원장과 양자대결에서 58.4%의 지지율로 안 위원장(30.5%)의 지지율을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 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이 안 위원장과 대결에서 양자 대결, 3자 구도 모두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또 한 번 '녹색바람'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선 때 기록한 서울 지지율 22.72%도 넘지 못하게 되면 정치적 입지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다. 일단 보수표 흡수 전략에 몰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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