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순방취재기] '오일머니'의 프라이드, 이것도 저것도 '금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5박 7일간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올해 첫 해외순방입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와 중동 전략의 거점 국가를 방문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넓혀나간다는 구상입니다. <더팩트>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취재기로 풀어서 전합니다.

文대통령, 3박 4일간 UAE 방문…원전 등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더팩트 | 아부다비(UAE)=오경희 기자] 이제 아랍에미리트(UAE)다. 베트남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하노이를 출발해 오후 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약 7시간 동안 상공을 날았다. 한국과 UAE 간 시차는 약 5시간이다.

착륙 즈음 기내 차창 너머로 드넓은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승무원들은 '메르스 바로 알기' 안내문'과 손 세정제를 손에 쥐어줬다. 3년 전,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가 떠오르니, 괜히 식은땀이 나는 듯했다.

출입문 게이트가 열리자, '뜨거운 열기'가 이방인을 맞았다. 현지 기온은 영상 34도다. 베트남 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분위기 역시 베트남과는 '사뭇 달랐다'.

◆ '깐두라'와 '히잡', 총으로 무장한 공항 경비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내를 김정숙 여사 등과 관람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왕실공항은 쾌청한 시야 속에 고요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전통의상인 '깐두라(흰색 원피스)'를 입고 '케피아'를 머리에 두른 남성이 서 있다. 양쪽에 설치된 검색대엔 검은색 '아바야'와 '히잡'을 쓴 여성 직원도 눈에 띈다. 줄지어 검문을 통과한 뒤 기자단 버스로 이동했다. 외국인인 경우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하다.

풀 한포기 없을 것 같은 상상과 달리 넓은 잔디밭과 야자수 나무가 드문드문 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휴양지 느낌을 풍겼다. 그러나 '안심'할 일은 아니었다. 공항 출구엔 총으로 무장한 경비대원이 지키고 있다. 중동은 '테러국'들이 모여 있고, 위험한 곳이란 기존 이미지가 떠올랐다.

◆ 초고층 건물, UAE 수도 아부다비는 어떤 곳?

24일 아부다비 고층 빌딩에서 내려다 본 전경(위)과 거리와 도로 모습./아부다비(UAE)=오경희 기자

도로엔 간간이 몇몇 차만 달릴 뿐, 가정 주택이나 행인을 보기 어렵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차와 뒤엉켰던 베트남과는 극과 극인 풍경이다. 초고층 빌딩과 이슬람 풍의 건축물들이 이색적이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국가다웠다.

낯선 땅 UAE는 어떤 곳일까. 아랍에미리트는 7개의 토후국이 각자 자신의 권역을 통치하며 하나의 연합국을 이루고 있다. 아부다비는 UAE의 수도이며, 연방 중 최대 산유국이자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UAE를 순방지로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UAE는 중동에서 우리의 제1의 교역상대국이자, 최대 방산수입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UAE 공식 방문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중동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 대통령 용어 보다 '통치자'…"협의 까다로워"

UAE의 특징은 '왕정 국가'이자 '이슬람 국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기 사항'이 많다. 당일 현지 프레스센터로 이동하는 기자단 버스 안에서 주한 UAE 대사관 관계자는 UAE 국가 문화를 설명하고, 당부했다.

해당 관계자는 "왕정 국가라 이번 순방 일정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하는 데도 까다로웠다. 풍부한 오일머니로, 이곳 사람들은 프라이드(자부심)가 강하다. 대통령(President)이란 용어보다 '통치자(Ruler)'란 말을 사용하며, UAE 사람과 분쟁 시 모욕감을 주는 행위는 '모욕죄'로 신고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25일 아부다비 현지 한 호텔 안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모습과, 별도로 마련된 취재 비표./아부다비=오경희 기자

◆ 사진 촬영·음주, '안 돼요'…위반 시 구금·처벌

특히 사진촬영이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UAE 정부는 왕궁, 국가, 공공기관시설, 군사시설 외국대사관 및 국가주요시설물에 대해 촬영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시 체포 구금된다.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시민들이 신고를 하며, 공공건물 앞 꽃 사진을 찍고 문제가 된 적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음주 또한 허용 되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길거리나 택시 등에서 음주로 인한 부적절한 행동 시 구금 등 처벌에 가해진다. '보이지 않는 감시'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휴대전화로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 프레스센터 개별 책상 위엔 'UAE용 별도 비표'까지 놓여 있었다. 중동은 이방인에게 '속살'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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