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머그샷 찍고 가슴엔 수형 번호…靑 "그저 안타까울 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퇴임한 지 5년 만에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밤 11시께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등 서류심사를 검토한 끝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을 적용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법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하자 23일 오전 0시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찾아 이 전 대통령을 서울 동부구치소로 호송했다. 구치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일반 구속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는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교도관에게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받은 후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받고, 휴대한 소지품은 모두 영치한다. 이후 몸을 씻고 미결수에게 제공되는 수용자복(수의)으로 갈아입은 이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를 달고, '머그샷(mug shot)'을 찍는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21일 새벽에 쓴 자필 입장문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자필 입장문에서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아내 김윤옥 씨와 아들 시형 씨를 향한 수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그렇다.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앞으로 법정에선 혐의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찰 조사 당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세포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 등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 약 20여 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총 17억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받은 혐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ABC상사(2억 원), 능인선원(2억 원) 등 약 110억 원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자신이 실소유하고 있는 다스에서 35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 다스 및 관계사가 아들 시형 씨가 소유한 에스엠 등 회사에 123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주도록 지시한 혐의(배임) 등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 등 차명재산 보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도 포함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 구속이 결정되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많은 사람이 묻습니다만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며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느냐. 삼가고 또 삼가겠다. 스스로에게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