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2일 구속실질심사 불출석…각종 혐의 수두룩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내 고향 나주에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흐른다. 1990년대 중반 초등학생 때 동네 또래들과 강으로 쏘다녔던 기억이 난다. PC 인터넷 등 신문물(?)의 보급이 느렸던 탓일까. '촌놈'들의 놀이터는 '자연'이었다.
하교한 뒤 가방을 내던지고 꼭 동네 중심의 골목으로 친구들이 모였다. 동네 어른들은 "물가에 가지 마라"며 경고했으나 곧이곧대로 들을 나이는 아니었다. 그 당시 영산강은 썩 깨끗하진 않았는데, 아예 못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친구와 강 가장자리에서 물을 튕기며 놀았다. 강 중심은 유속이 빨라 깊숙이 들어갈 엄두를 못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행했다. 당시 야당과 시민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다. 이후 영산강은 확연하게 변해버렸다. 강폭은 전보다 넓어지고 물살이 없는 잔잔한 호수처럼 변했다. 영산강 보 수문을 닫아 물의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녹조현상이 심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해마다 고향에 내려갈 때 강을 살펴보면 물의 색이 탁해지고 악취가 점점 심해졌다고 느꼈다. 또, 녹조현상을 직접 목격했다. 4대강 사업과 영산강 녹조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분분하다. 물길을 막아 녹조현상이 자주 발생한다와 환경적 요소에 따른 자연 현상이라는 것이다. 영산강 오염과 관련해 주민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땅에다 22조 원을 퍼붓는 사람이 어딨냐. 순 사기꾼"이라는 말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친구들과 놀았던 영산강의 변화와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무관치 않아 어린 시절 그때를 추억해보았다.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주요 강을 뒤엎었다. 그런데 현재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홍수' '가뭄' 등과는 처음부터 무관하고 이권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국무회의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의혹 등의 혐의로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겨눈 칼끝에 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자평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검찰이 판단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 규모는 상당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10억 원대 뇌물과 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인단을 꾸려 대책을 모색했던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책임을 가족과 측근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재계는 물론 종교계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목은 당선 축하금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근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서울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 스님에게 3억 원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지광 스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개신교 장로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이 전 대통령은 2007년부터 약 4년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상납받은 금품이 모두 22억6000여만 원에 달한다. 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7년 9월부터 1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현금 5억 원을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뒤 4대강 사업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와 관련한 의혹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 당시 금품을 끌어모았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본다면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이 쥐여준 권력을 악용해 사적인 부정축재를 해왔다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이용해 개인 재산을 축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을 두고 ' 희대의 사기꾼'으로 칭하기도 한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 일가의 가훈은 공교롭게도 '정직'이다. 아직 사법부의 유무죄 판결은 안 나왔지만, 뇌물 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가 불거진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실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국민은 이 전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구속 위기에 놓인 이 전 대통령은 뻔뻔함으로 국민을 속여 왔다는 비판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