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의 외교책사로 재평가…개헌 자문안 선점 경쟁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이번 주, '그가' 금의환향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주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데 이어 곧바로 한반도 주변국인 중·일·러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고 지난 15일 귀국했다. 정 실장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겹경사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도 고삐를 당겼다. 개헌 발의권 행사 의지를 밝혔고, 채용비리 엄단을 지시했다.
○…1946년생인 정의용 실장은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 중·일·러를 오갔다. 거의 쉴 틈 없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11일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다시 12일 중국으로 떠났고, 당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일부 기자들은 "정 실장 나이가 72세인데 대단하다. 문 대통령이 너무 강행군을 시키는 것 아니야?"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실장의 일정과 결과를 묻는 질문에 "본인도 (빡빡한 일정 등에) 워낙 힘들어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실장에 대한 평가 또한 '반전'을 맞았다.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로 인선됐을 때만해도, 청와대 안팎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통상 쪽 전문가로서 군 출신이 맡던 국가안보실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역사적 회담을 이끌어내자, 재평가를 받고 있다. "몸값이 쭉쭉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서 손색이 없다는 해석까지 뒤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지난 15일 청와대는 '돌발' 브리핑이 있었다. 당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과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브리핑 30여 분 전에 '한 건'이 추가됐다. '취업비리 관련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대 사안'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럴만했다. 문 대통령은 강원랜드에 부정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266명 전원에 대한 직권면직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가담자에 대한 엄단을 지시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공공기관에도 적용하는 것인가""사법 조치가 빨라진다는 의미인가""266명 외 자리는 사법조치를 거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등 질의가 이어졌다.
○…지난 13일엔 국민헌법자문특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개헌 자문안'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자문특위는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고, 청와대는 후속 방향에 대한 백브리핑을 공지했다. "초안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라며 누가 먼저 자문안을 확보하느냐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미 알음알음 대강의 내용은 알려진 그대로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셌다. 자문특위와 가진 오찬에서 "지금 시기의 개헌에 대해 소극적이라면 어느 세월에 헌법적 근거를 갖추어서 비례성에 부합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느냐"며 "간절하게 생각한다면 그만큼 이번 개헌에 대해서도 간절하게 생각해야 맞는 것"이라고 강한 개헌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날 발언 전문 상 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근간으로, 2020년 총선 이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자'는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