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14일 전직 대통령으로 네 번째 검찰 포토라인 선다

10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들을 향한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MB, 피의자 신분 檢 소환…검찰 조사서 '모르쇠' 관측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이 전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뒤 약 5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서 전직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 체포되면서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1001호실에서 진행된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받았던 곳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1002호실에 휴게실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임과 동시에 사건관계자 이외의 다른 이들과 철저히 분리해 안전상 문제를 막기 위함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검찰 측 인사는 송경호(48·사법연수원 29기), 신봉수(48·29기) 부장과 이복현(46·32기) 특수2부 부부장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한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이 부분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는 것에 반대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을 찾은 가운데 측근인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상표 전 홍보수석, 하금열 전 비서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왼쪽부터)이 회동을 마치고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20여 개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에도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비자금 조성 의혹(특경법 횡령 및 배임)과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의혹(특가법상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다.

또, 친인척 명의의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의혹(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과 청와대 문건의 외부 반출 의혹(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대통령 선거 시 허위로 재산을 공표하고 재임 시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의혹(공직선거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도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을 소환하고 조사를 통해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삼성전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 원)가 다스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이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서울 서초구 다스 서울지사 사무실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임세준 기자

'다스의 실소유주는 MB'라고 본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과 각종 경영 비리에 관련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스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 "비자금 조성 등이 이 전 대통령 지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다스 서울 사무소가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지하 창고에서 대량의 청와대 문건을 발견했다. 청와대의 다스 관련 문건들을 바탕으로 이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핵심 쟁점은 '뇌물죄'다. 검찰은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60억 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보고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연관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은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전 회장이 건넨 22억5000만 원, 대보그룹, ABC상사로부터 받은 돈을 합한 111억 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뇌물죄의 형량은 매우 무겁다. 뇌물죄는 뇌물액이 1억 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의 수뢰액은 1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게다가 사법부는 뇌물죄에 대해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여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러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으며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 조사에 대비해왔다. 또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르쇠' 전략으로 검찰의 공세를 피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추가 소환하지 않고 이날 모든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늦은 밤 또는 다음 날 새벽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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