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죄송하다" vs 장제원 "안희정은 가면이었다"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현직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여당은 안희정 지사를 "출당 및 제명한다"며 진화에 나섰고, 야당은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5일 오후 JTBC 뉴스룸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현직 여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보도했다. 미투에 나선 인물은 김지은 씨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고, 현재는 정무비서를 맡고 있다.
김 씨는 방송에서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은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의 성폭행과 성추행을 참아오던 김 씨는 '미투' 운동이 벌어진 지난 2월에도 성폭행이 이어지자 언론에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방송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지사와 관련해 논의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회의 한 시간 만인 밤 10시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안 지사와 관련한 결과를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추 대표는 "안 지사에 대한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은 이에 대해 긴급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그 결과 안 지사에 대해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단 말씀 올린다"고 사과했다.
안 지사 성폭행 보도 한 시간 만에 출당 및 제명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안 지사와 관련한 문제를 신속히 결정한 것은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안 지사 보도 직후 논평을 내고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정의롭고 상식 있는 정치인 안희정의 본 모습이 이미지였고 가면이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까지 하다"며 "피해자인 수행비서의 눈물의 폭로를 듣고 있자니 안 지사는 참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안 지사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변명도 무척 부적절하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최대한 빨리 모든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안 지사의 성추행 의혹도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감싸듯 싸고돌 것인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당의 가장 유력한 지도자까지 충격적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역대 최악의 성추행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안 지사의 즉각적인 지사직 사퇴와 함께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촉구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 지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다"며 "안 지사는 합의한 관계이며 강압은 없었다며 지금껏 '미투' 운동을 통해 성범죄 사실이 드러난 추악한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관용적으로 써왔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문구를 안 지사가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날 안 지사의 미투 운동 옹호 강연을 비꼬았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안 지사 성폭행 의혹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전형적이고 추악한 권력형 성범죄"라며 ."안 지사 측은 합의된 관계였다며 해당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들의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안 지사와 합의를 할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피해자의 증언은 위계와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임이 명확하게 드러난 대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안희정 지사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고 충남도지사직에서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 아울러 그에 맞는 죄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씨는 방송에서 안 지사가 성폭행 후 "'미안하다' '괘념치 말아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에서의 풍경만 기억해라' 등 항상 잊으라고 이야기를 저한테 했다"며 "때문에 내가 잊어야 되는구나, 잊어야 되는구나, 그래서 저한테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그렇게 다 도려내고 그렇게 지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지만, 철저한 합의에 있던 것"이었다며 강제는 아니었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김 씨는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다. 저랑 지사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며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