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安 출당 및 제명 조치…"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 드린다"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5일 성폭행 파문에 휩싸였다. 이는 성폭행 사실 여부를 떠나 민주당과 안 지사 자신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안희정) 지사가 최근에 저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날도 또 그렇게 (성폭행을) 하시더라"고 폭로했다. 그는 또 "미투를 언급한 상태에서 또다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JTBC에 따르면 이와 관련 안 지사는 "강압 없이 합의 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미투 운동(#Me too)이 정치권에서 터진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회 보좌진 간의 성 추문 의혹 등도 미투 운동을 통해 지속해서 폭로됐지만, 거물급 정치인이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이번 성 추문 사태로 안 지사 자신의 정치 인생이 위태롭게 됐다. 안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주목되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비록 문재인 후보에게 밀리며 대선 출마는 좌절됐으나 의심 없이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로 여겨졌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충남도지사에서 물러나 중앙정치에 입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안 지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 인생의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성폭행 여부가 추후 판명되는 것과 관계없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합의 성관계라고 해도 '불륜'이었다. 간통죄는 폐지됐으나 국민 인식 속에 불륜은 용납되기 어려운 잘못으로 인식된다.
안 지사 자신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측근들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당장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충남지사 당내 경선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박 전 대변인 안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 지사의 대변인을 맡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지만, 안 지사의 추락과 함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박 전 대변인은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누구보다 안 지사와의 관계를 강조했었다. 그는 "안희정의 충남 도정을 계승하고 혁신하겠다"며 "친구이자 동지인 안 충남도지사가 2010년 충남도지사에 도전할 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안희정의 새로운 도전을 설계해 지원했고, 안 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충남도정 발전에 헌신했다"고 추켜세웠었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안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도 이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지사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직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답해야 할 것"이라며 "당의 유력한 지도자까지 충격적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성추행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를 인식한 듯 의혹이 터지자 안 지사를 즉각 '출당 및 제명 조치'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안 지사 의혹이 보도된 직후인 오후 9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안 지사의 출당 및 제명 소식을 알렸다.
한편 안 지사는 김 씨의 폭로가 터진 당일에도 미투 운동과 관련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충남도청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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