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쟁점…촛불 정신 담기엔 이르다는 견해 많아"
[더팩트 | 정부서울청사 별관=오경희 기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대통령 개헌안' 마련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위는 각계 국민 여론 수렴과 내부 토의를 거쳐 개헌안을 준비 중이다. 한자를 가능한 '한글화'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출범한 특위는 정해구 위원장과 하승수 부위원장을 비롯해 3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분과위원회와 국민참여본부를 뒀다. 분과는 총강·기본권 강화, 정부 형태, 지방분권·국민주권 등으로 나뉘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지난달 19일부터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22개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과 제안을 받고 있으며, 이달 1일부터 권역별 숙의형 시민토론회(4회, 각 200명 내외)와 청소년·청년 토론회(1회, 180명) 등을 진행했다. 또,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여론조사를 완료했다. 유관 단체 간담회(17회)를 갖고, 헌법기관과 정당 등도 잇따라 방문했다.
특위는 오는 8일부터 조문안 작성에 들어간 뒤 오는 12일 개헌 시안을 확정하고,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막바지 작업을 향해 달리는 '대통령 개헌안'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하승수 부위원장은 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특위 소회의실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개헌안 마련은) 31년 만의 개헌이자, 국민 헌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정부 형태와 관련, "큰 틀에선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공감이 돼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권력을 분산하되 대통령제로 분산할 거냐,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거냐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헌의 특징은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쟁점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국민발안제' 등이다. 하 부위원장은 "특위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 중"이라고 했다. 촛불시위를 헌법 전문에 담을지에 대해서는 "정해구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 의견으로 말했지만 대체로 이르다는 의견은 안팎으로 많다"고 언급했다.
또 이념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쓸 것으로 전망되며, 기본권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토지 공개념 내용 등 분과별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다음은 하승수 부위원장의 '일문일답'이다.
-문 대통령은 "현실을 고려한 개헌"을 주문했다. 어떻게 해석하고, 개헌안에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께서는 너무 이상적인 안을 만들어서 국민들과 괴리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주신 것 같은데, 저희도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 31년 만에 (개헌을) 하다 보니 누적된 요구가 많은데, 100% 담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지방분권만 해도 강력한 걸 원하는 분들과 점진적 안을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가장 강력한 연방제와 양원제까지 나왔는데, 특위에서는 양원제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론조사+ 권역별 토론회+시민단체 의견청취를 동시에 진행했다. 개헌안 반영 시 부문별 비중은 어떻게 되나. 홈페이지를 통한 22개 쟁점에 대한 찬반 제시가 적절하느냐 하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선 22개 개헌 쟁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고 숙의형 시민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했는데 정량적으로 "몇 %다"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 결과들이 엇갈린다면 배경이나 원인을 분석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또, 홈페이지에서 찬반 제시를 받은 이유는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는 것보다 시민들의 참여 통로를 열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맥락이나 경향성을 읽어내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청년 토론회를 별도로 개최한 이유가 있나. 성 평등 헌법을 구현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가.
권역별 토론회 시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할당을 만 19세 이상부터 무작위로 추출했다. 사실 헌법이 개정되면 바뀐 헌법 하에 오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이라서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만 15세부터 청소년 토론회를 한 것이다. 여성인 경우 권역별 할당으로 절반 이상 참가했다. 성 평등 헌법인 경우 여성단체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다.
-정부 형태의 핵심은 권력 구조 개편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말했는데.
언론이나 국회에선 대통령제냐, 이원집정부제냐로 논의해온 측면이 있다면, 특위는 어느 유형을 택하느냐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정하고 국회 견제 기능, 국무총리 선출방식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실은 국무총리 임명을 지금처럼 대통령이 임명하는지, 국회에서 선출하는지 이게 최대 쟁점이다.
대통령 중임 여부도 당연히 논의주제로 들어가 있다.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 4년 중임제라고 얘기되는 권력 구조도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든 대통령제든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기 때문에 임기를 4년과 5년으로 하냐, 단임과 중임은 별개 주제다.
-대통령 국민개헌안이 나오고, 직권상정돼도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국회 상황으로 봐도 합의 개헌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가.
특위는 자문기구여서 3월 13일 대통령에 보고하는 것까지가 임무다. 발의 여부는 대통령이 최종 판단하실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발의가 되면 반드시 표결까지 해야 한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지지부진했던 논의를 활성화 시키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 주도 프로세스가 바람직하지 않나.
같은 생각이고 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에서 발의할 만한 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지가 경험상 너무 어렵다. 300명 가운데 150명 과반이 찬성하는 단일안을 만든다? 국회가 주도하는 프로세스가 바람직한 것은 맞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한다.
-1987년 경성적 성격을 2018년엔 연성적으로 하는 방향을 고려하는지, 헌법 조문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헌법 조문 숫자는 조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헌법개정을 연성화는 데도 찬반이 있다. 또, 작년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국민 발안제(직접 민주제의 하나로서 국민이나 한 지방의 주민이 직접 입법에 관하여 제안을 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있어서 그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이 헌법 전문에 담길 예정인지.
역사적 사건을 얼마나 포함할지 국민 의견을 묻고 논의도 하고 있는데, 정해구 위원장도 개인 의견으로 말했지만, 촛불 혁명을 (헌법 전문에) 담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란 의견이 많다. 대체로 부마항쟁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까지는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 4.19가 담겨 있는 것을 봤을 때 담아도 되지 않느냐 의견이 많은 것 같다.
-국무총리 선출 외 뜨거웠던 쟁점은 무엇이었나.
기본권 관심도에서 많았던 것은 생명권, 안전권이 많았다. 그다음이 지방분권에서 직접민주주의 부분이었다. 보충성의 원칙이 지방분권 핵심 원리다.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이 두 가지가 뜨거운 쟁점이었다. 청소년 단체들에선 참정권 확대에 대해 계속 의견이 있었다. 선거권은 법률로 정하기 때문에 헌법에 담기에 한계가 있어서 고민이다. 또 지역을 다니다 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미세먼지 문제 등 구체적 삶의 문제들을 헌법개정으로 풀 수 없을까 하는 질문 겸 의견이 많았다.
-13일 대통령 보고는 확정된 것인가. 국회에서도 개헌안을 제공해달라고 하면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보고 후 바로 해산하나.
13일 일정은 거의 확정됐다고 보면 된다. 국회 의견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국회와 협상하거나 할 위치는 아니다. 특위 활동시한은 법적으로 1년인데, 바로 해산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더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