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임종석·조명균·정의용·서훈 '주목'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대북특사'는 '누가' 될 것인가. 청와대는 파견 시기를 "조만간"이라고 밝혔을 뿐, 특사 인선과 격, 규모, 일정까지 모든 것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나 물밑에선 특사 후보군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 주 초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특사 파견 계획은 한밤 공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10시부터 3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 같은 의중을 전달했다. 날이 밝자, 기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에 안테나를 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파견 시기를 묻자 "오늘, 내일 금명간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밖의 관련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몇몇 기자들은 "망했다" 싶었다. 주말 근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오후 2시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았다. 그는 "이왕 매를 맞는 것 빨리 맞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왔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자, "한꺼번에 물어라"는 취지의 방문이었다. 이 관계자 역시 "조만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다음 주 초 공식 발표를 짐작케 했다. 특사 파견 시기는 평창 동계패럴림픽(3월 9일~18일) 개회일 전후로 전망된다.
핵심은 대북특사 인선이다. 특사의 조건으로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며, 재량권을 가진 실권자이자,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사로 꼽힌다. "북한 특사단에 상응하는 격과 규모라고 생각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해당 관계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상응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되물었다. 그러면서 "적절한 분이 적절한 시점에 가시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북·미 대화의 중재 카드로 '대북 특사'를 꺼낸 만큼 청와대는 신중한 분위기다.
○…현재 특사 후보군으로는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던 김 부부장을 만났다. 그는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북한 내 실세로 알려져 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북특사의 주요 임무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 부부장으로부터 '방북 요청'을 받자, '여건'을 내걸었다. 그 여건은 북·미대화 성사로 읽혔다. 평창올림픽 기간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 대화 의지는 밝혔으나, 문제는 대화의 조건인 '비핵화'다.
일단 청와대는 대북 특사 파견 명분으로 "김여정 특사의 답방 차원"을 내세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특사가 일단 방북을 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남북관계, 북미대화, 북한의 비핵화 의지 정도에 대해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다"며 "남북 사이에 고위급 인사들이 오가긴 했지만, 아직 마음 놓고 서로의 입장을 얘기할 정도로 관계가 열린 것은 아니다. 그 모멘텀을 잇기 위해 우리도 북한에 가서 그쪽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협상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