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민평·바른미래 향한 호남 민심이 향한 곳은?
[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6·13 지방선거가 약 넉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같은 날 재·보궐 지역구가 7곳이나 되면서 작은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때문에 국내 최초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정치권은 다가오는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호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으로 쪼개지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세 당은 최근 호남 적통임을 강조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호남을 향한 세 당의 뜨거운 구애가 예상되는 가운데 호남의 민심은 어디로 향했을까.
◆ 민주당, '문재인 후광효과' 톡톡
민주당은 호남 민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호남 28석 가운데 3석만 얻는 데 그쳤다.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시 '안철수 신드롬'이 일면서 호남 23석을 따낸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세월이 흐르고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생기면서 민심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특히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덕'을 보는듯하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12~13일 조사·성인 1026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이 ±3.1%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은 평균 71.9%를 훨씬 웃도는 87.9%에 달했다.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권성호(53) 씨는 "문 대통령이 작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직접 내려오고, 5·18 때 헬기로 시민들 쏴버린 것도 밝히라고 했다. (호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면서 "민주당에 마음이 쏠린다"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헬기 작전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국방부에 지시한 바 있다.
광주 치평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민우(25) 씨는 "문 대통령이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것 같아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민주당도 분발했으면 좋겠다"면서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더라도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면면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광주 북구에 사는 회사원 윤모(38) 씨는 "문 대통령이 다 잘한다고 볼 순 없지만,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탈권위적인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잘 돌보라는 뜻에서 (지선 때)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 바른미래·민평당 향한 호남의 '싸늘한 시선'
최근 각각 호남·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들이 탈당한 뒤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서로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이로써 20대 총선에서 호남의 절대적 민심을 얻었던 국민의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호남인의 실망이 컸던 탓일까. 취재진이 만난 이들에 한해서 두 당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자영업자 이재성(55·화순군) 씨는 "안철수(전 대표·현 바른미래당)는 호남이 밀어줬는데 (정체성이 다른) 바른정당과 합쳤다. 또, 박지원(민평당)은 작년 대선 때 안철수 밀어달라고 해놓고 지금은 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 자기 살자고 정치를 하는데 또다시 찍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이모(46·여·광주) 씨는 "두 당 모두 다 똑같지 않느냐"고 주장하면서 "민평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속 이용하고, 안철수는 정치 신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회사원 조상호(38) 씨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이번 국민의당 분당 사태도 국민보다 자기 안위를 생각해 서로 갈라선 게 아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선 때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끼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