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뚝심' 밀어준 이태규·이언주·김관영…'소통 창구' 오신환·정운천·유의동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선거연대 정도" 국민의당 출신 한 초선의원의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13일 바른미래당으로 새 출발 했다. 지난해 대선정국 때까지만 해도 '자강'을 강조했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 불과 9개월 만에 그들에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한없이 멀어 보였던 두 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준 키맨들과 막후 풀스토리를 <더팩트>가 추적해봤다.
◆대선 직후부터 '통합' 예감한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
양당 의원들은 지난해 5·9 대선 패배 이후부터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9월 양당 의원 일부가 참여해 발족한 '국민통합포럼'이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론 이언주·신용현·최도자·김중로·김수민 의원과 현재는 당을 탈당한 황주홍·정인화·박준영 의원이 이 포럼에 참여했다. 바른정당에선 정운천·홍철호·하태경·김세연·강길부·오신환·박인숙·이학재 의원 등이 참여했다.
출범할 당시엔 당장 '합당'이나 '통합'에 대해 거론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모임에 참여했던 신용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통합의 필요성은 (모임 내) 있었던 것 같다"며 "그 모임은 통합을 하자는 것보다는 통합을 하기 전에 앞서 서로를 잘 알아보자는 차원, 정책연대 차원에서 모였던 것이다. 결혼도 연애부터 해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조찬모임을 겸한 정책 탐색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이언주·최명길 의원이 먼저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바른정당에선 오신환·유의동 의원 등이 가장 먼저 나서 통합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당 최고위원이었던 최 의원과 오 의원이 당내에서 관련 논의를 꺼냈고, 양당 지도부까지 논의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맞아 떨어진 양당의 이해관계…'당 생존' 위해 '통합'
양당이 본격적으로 통합에 대한 군불을 때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경이었다. 공교롭게도 양당 모두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을 당시였다. 대선 정국부터 '안철수-유승민'의 후보 단일화 등 통합을 제안했던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의 조언이 '통합 전제 시나리오' 여론조사가 공개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당시엔 김무성 의원 등 8명의 의원이 바른정당을 대거 탈당하며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국민의당은 '당 지지율 제고'를, 바른정당은 '생존'의 도구로 통합을 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당시 (바른정당의 집단 탈당 사건에 대해)'순도가 높아졌다'고 표현하더라"라면서 "(김무성 의원 등)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빠져나가면서 국민의당이 같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라는 생각을 하셨다. 그 이후로부터 사실 통합 추진은 안 대표의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출신 관계자도 "유 대표가 원래 자기 뜻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당시 (이혜훈) 대표가 물러나고 다시 전면에 섰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니까 통합에 대해 필요성을 감지한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이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양당은 본격적으로 서로를 탐색하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말 권은희 의원과 오신환 의원 등이 참여한 정책연대협의체를 만들고 공식적인 채널을 구축한 바 있다.
◆끊임없는 국민의당 내홍…'호남계 3인방' 막판 설득까지
지난해 12월 때부터 본격적으로 통합이 급물살을 타자 본격적인 키맨들이 나섰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대표와는 그동안 실제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한 탓도 양당 대표들 사이에서 실무적인 통합 작업을 한 '키맨'들 덕분이다.
1월 통합추진위원회 출범 전까지 국민의당에서 이태규·이언주·김관영 의원과 바른정당의 오신환·정운천·유의동 의원이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 이들은 1월 안·유 대표의 통합 선언까지 일정을 조율하고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중요한 키맨으로 알려졌던 안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송기석 전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예감한 이후부터는 통합 논의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하태경 의원의 경우는 일정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논의에는 자주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관영 의원의 경우 전북 군산을 지역구를 둬, 호남계 의원들에 잔류를 막판까지 설득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김 의원이 정말 막판까지 박주선·김동철·주승용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고생했다"라면서 "김 의원이 안 대표를 데리고 아침부터 이분들을 만나고 그랬다"고 말했다.
호남 중진인 세 의원이 막판 합류하면서 당이 상당히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다. 덕분에 호남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통합 반대파인 민주평화당과 각을 세울 수도, 물밑 소통을 이어갈 수도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후 통추위가 확대되면서 합당 실무를 전담할 팀을 구성할 땐 앞선 국민통합포럼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기획조정분과엔 오신환·정운천·이언주·이태규 의원이 참여했으며, 총무조직분과엔 김관영 의원, 정강·정책 분과엔 채이배·김삼화 의원들이 포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