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 "금지옥엽 같은 기회 탈 날까 봐 조심스러워"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후 봄을 고대한다"고 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흐름을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관건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으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는 북·미 대화 성사 여부에 달렸다. 대북·대미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시기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 대북 특사 서훈·임종석·조명균 거론…회담 시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구두 친서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제의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의 첫 행보는 '특사 파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여당에서도 '평창 모멘텀'이 끊기기 전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특사 후보군으로는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대북 업무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특사 파견 시기는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와 한·미 훈련 재개 이전인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6(6·15 공동선언)~8월(8·15 광복절)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아직 가지 않은 길이다. 안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 굉장히 조심스럽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는데 6월, 8월, 연말 이렇게 지금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또한 현안점검회의와 티타임, 국무회의 등 공식 일정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화의 조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5일 제1차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북미 대화 중재 文대통령, 트럼프와 언제 통화할까
문 대통령이 앞서 밝힌 '여건'은 북·미 대화의 조기 성사를 말한다. 최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했고, 이번에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접촉을 피했다.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의 중재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만난 김여정 부부장에게 "북·미 대화가 조기에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간 '핫라인'을 가동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 실장은 이번 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간 접견 및 오찬에 배석했었다. 일각에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대미 특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이른 시일 내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미국과는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남북관계와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아직 계획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도 부정적이지 않은 기류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비핵화)를 전제로 할 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지난 10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공군 2호기 안에서 일부 외신과 인터뷰에서 "최대 압박 정책은 계속되고 강화된다"면서도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며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13일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라고 표현했다"며 "정말 금지옥엽 같은 기회를 혹여라도 탈이 날까봐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떼고 있다. 첫발을 떼는 데 비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