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창당 전날에도 '불안불안'…유승민의 '독배', '독박'일까

우여곡절 끝에 합당을 목전에 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창당대회 전날까지 당의 정체성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안불안한 보조를 맞췄다. 사진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강정책에서 '합리적 중도' 놓고 이견…최종 안엔 '진보·보수' 넣지 않기로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합당을 목전에 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창당대회 전날까지 당의 정체성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안불안한 보조를 맞췄다.

양당 통합추진위원회 산하 당 정강정책·당헌당규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12일 "국민의당과 사실상 (정강정책 논의) 합의가 중단됐다"며 "이런식으로 가면 결렬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의 반대로) 양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금까지 합의가 안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 의원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당초 지난 달 18일 안철수, 유승민 양당 대표가 통합선언문 발표에서 밝힌 '합리적 중도'라는 표현을 '합리적 진보'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에서는 양당 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당의 노선을 바꾸는 것을 놓고 정치적 신뢰가 훼손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1주년 기념식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지상욱 정책위의장이 1년을 회상하며 감명에 젖어있다. /이덕인 기자

지 의원은 "왜 통합선언 당시 두 대표가 약속한 합리적 중도가 합리적 진보로 바뀌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의당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정강정책에 혼선이 있는 데 대해 "이견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정강정책은) 서로 합의되는 공통분모만 모아서 발표하면 될 일"이라고 통합 진행에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양당 정강정책·당헌당규 분과는 이날 오후까지도 수정 작업은 계속됐다. 분과에 소속된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아직 수정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강정책안이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당은 당 정강정책에 '보수'나 '진보', '중도'라는 표현이 빠진 수준의 정도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당 정강정책과 같은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명확하게 매듭짓지 못한 만큼, 합당 이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가 지난 대선정국 당시 햇볕정책 등에서 당내 주류인 호남 의원들과 결을 달리하면서 갈등으로 번진 바 있듯, 이번 합당 과정에서도 양당이 합의를 보지 못한 안보관과 대북관 등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같은 방향을 보고 만났지만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싸우기도 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우리 정치사에 유래 없는 동서 화합을 이뤄내며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지만 그만큼 이념, 지역, 진영논리에 극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결혼'식' 부터 올린 후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확대회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유승민, 안철수 공동 통합추진위원장이 침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그러나 합당 이후의 파열음 등 책임은 오롯이 유승민 대표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을 함께 진행한 당사자인 안 대표가 창당대회 직후 백의종군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반면 유 대표는 "대표직을 맡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쉽고 홀가분한 선택이지만, 통합신당의 성공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며 "독배를 마시겠다"고 지방선거때 까지 공동대표를 맡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안 대표와 결별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한 최경환 의원은 "유승민만 남고 안철수와 안철수를 따르는 일부 정치인들은 사라지게 됐다"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자고 하루는 진보, 하루는 중도, 하루는 보수를 갈아타는 안철수식 위장 정치는 퇴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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