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정책에서 '합리적 중도' 놓고 이견…최종 안엔 '진보·보수' 넣지 않기로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합당을 목전에 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창당대회 전날까지 당의 정체성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안불안한 보조를 맞췄다.
양당 통합추진위원회 산하 당 정강정책·당헌당규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12일 "국민의당과 사실상 (정강정책 논의) 합의가 중단됐다"며 "이런식으로 가면 결렬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의 반대로) 양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금까지 합의가 안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 의원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당초 지난 달 18일 안철수, 유승민 양당 대표가 통합선언문 발표에서 밝힌 '합리적 중도'라는 표현을 '합리적 진보'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에서는 양당 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당의 노선을 바꾸는 것을 놓고 정치적 신뢰가 훼손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 의원은 "왜 통합선언 당시 두 대표가 약속한 합리적 중도가 합리적 진보로 바뀌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의당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정강정책에 혼선이 있는 데 대해 "이견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정강정책은) 서로 합의되는 공통분모만 모아서 발표하면 될 일"이라고 통합 진행에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양당 정강정책·당헌당규 분과는 이날 오후까지도 수정 작업은 계속됐다. 분과에 소속된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아직 수정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강정책안이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당은 당 정강정책에 '보수'나 '진보', '중도'라는 표현이 빠진 수준의 정도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당 정강정책과 같은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명확하게 매듭짓지 못한 만큼, 합당 이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가 지난 대선정국 당시 햇볕정책 등에서 당내 주류인 호남 의원들과 결을 달리하면서 갈등으로 번진 바 있듯, 이번 합당 과정에서도 양당이 합의를 보지 못한 안보관과 대북관 등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같은 방향을 보고 만났지만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싸우기도 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우리 정치사에 유래 없는 동서 화합을 이뤄내며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지만 그만큼 이념, 지역, 진영논리에 극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결혼'식' 부터 올린 후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합당 이후의 파열음 등 책임은 오롯이 유승민 대표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을 함께 진행한 당사자인 안 대표가 창당대회 직후 백의종군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반면 유 대표는 "대표직을 맡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쉽고 홀가분한 선택이지만, 통합신당의 성공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며 "독배를 마시겠다"고 지방선거때 까지 공동대표를 맡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안 대표와 결별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한 최경환 의원은 "유승민만 남고 안철수와 안철수를 따르는 일부 정치인들은 사라지게 됐다"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자고 하루는 진보, 하루는 중도, 하루는 보수를 갈아타는 안철수식 위장 정치는 퇴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