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주당, 연일 삼성 때리기 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재계 1위 삼성을 향해 비판하고 있다. 삼성과 연관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의 삼성 때리기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다.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위증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대폭 줄었다.

민주당은 항소심 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매우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인해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대한민국에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또다시 낼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논평을 낸 자유한국당과 극명히 대조되는 견해를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으나 이날 열린 2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판단하며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임세준 기자

이후에도 항소심 결과와 관련해 파상공세를 벌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6일 "수많은 국민이 박근혜·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구시대적 정경유착을 똑똑히 봤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 둔갑해 풀어줬다"며 "사법부 존중에 앞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개탄했다. 다음 날 추미애 대표는 "사법부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 부회장의 혐의 중 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죄' 등을 무죄로 판단한 사법부를 맹비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형량과 일부 무혐의를 받은 것에 대한 반발이다. 당내에선 '삼법유착'(삼성과 법관 개인의 유착)의 신조어가 나왔고, 법원이 삼성에 무기력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 수십억을 대납한 정황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효은 부대변인은 10일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 돌려받지 못한 140억 원 반환 소송비용을 당사자인 다스를 대신해서 삼성이 대신 내준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며 "삼성 소송비 대납의 선물이 9개월 후인 2009년 12월의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대변인은 "수상한 삼성에 고한다"면서 "더 이상 감추지 말고 그간의 검은 거래를 낱낱이 밝히라"고 촉구하면서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은 정경유착은 이제는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재벌개혁을 다시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27일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이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이를 위한 정부와 기업 역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 제공

민주당이 보수당에 비해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 당시 재벌 일감 몰아주기·총수 지배력을 억제, 공정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과제로 삼았다. 이에 집권여당이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하면서 그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정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촛불집회'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주당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 이탈을 막고 무당층을 흡수하겠다는 계산도 보태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7일 조사·성인501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법원 판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9%였고, '공감한다'는 응답은 35.7%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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