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막 오른 평창 동계올림픽, 靑 잇단 돌발 악재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이번 주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슈퍼데이'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동하며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평창 외교전'에 나섰다. 그러나 돌발 악재가 불거졌다. 지난해 9월 뉴욕 순방 때 파견 공무원의 현지 여성 인턴 성희롱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전 리셉션 행사에 미국과 일본은 사실상의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지구촌 축제인 평창 올림픽은 9일 뜨겁게 막을 올렸다. 그러나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 있었다. 개회식 전 문 대통령이 주요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 행사장에서였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늦게 도착해 행사가 지연됐다. 그런데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입장하지 않고, 별도 공간에서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장에 들어선 뒤 헤드테이블에 착석하지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의 행동에 뒷말이 나왔다. 의도적 행동이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한·미·일이 대북 제재·압박을 공조키로 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복원된 남북 대화 무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 위원장과 악수 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이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 30분에 저녁 약속이 있었고, 우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며 "그래서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직전까지 펜스 부통령 내외의 좌석에는 두 사람의 자리임을 알리는 좌석 명패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펜스와 아베가 손발을 맞췄네" "헤드테이블에 불참했다는 것은 북미 대화에 완전히 선을 그은 것" "펜스 불참 사유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 등의 반응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성희롱 사건까지 계속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청와대는 지난해 9월 21일 문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당시 파견 공무원이 현지 순방을 돕기 위해 채용된 여성 인턴을 성희롱했고, 즉시 직위해제를 한 동시에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사건으로 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이번 기회에 끝을 봐야 한다"고 엄단 지시를 내린 상황이라 보수 야당은 비판 공세를 폈다.
더구나 평창 올림픽 개막일인 9일 징계 처분을 받은 인사가 총 8명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해자의 상사 4인을 지휘책임을 물어 징계했고, 현장에서 성희롱을 만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자리에 동석했던 4인 등 총 8명의 경호처 직원을 징계했다"고 말했다. 이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상에선 관련 지라시가 돌고 있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고, 청와대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몇몇 기자들은 "윤창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문재인 정부에서 마저 어째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씁쓸하다"라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청와대가 '오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지난 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동아일보 칼럼의 정정을 요청합니다>란 서면 브리핑문을 냈다. 특정 언론사를 명기해 출입기자들도 눈도 커졌다. 김 대변인은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주십시오"라면서 "정부도 법에 기대는 상황을 결단코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칼럼은 지난 2월 5일자 동아일보의 '박제균 칼럼'이다. 칼럼에는 "최근 모종의 경로를 통해 북측의 메시지가 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대화와 핵 동결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 그 대가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나 현물 지원이다. 이런 내용은 관계당국에 보고됐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한겨레 기자 출신의 김 대변인의 등판 후 청와대가 언론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 시각이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