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민평당 영향력 극히 제한적"…지선 등 정치 지형 변수 '복잡'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하며 민주평화당 창당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국회 표결 가부결정권을 쥐었다며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이른바 '캐스팅보트' 전략이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 전 현역의원들의 출마 등 변수가 남아있고, 일반 법안 통과가 아닌 국회 재석인원 3분의 2로 의결되는 헌법개정안 등에 대한 안건에서는 이들의 '캐스팅보트' 전략이 먹힐지 의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5일 국민의당 탈당을 감행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려는 의원들은 모두 15명이다. 민평당은 교섭단체 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국회 '가부(可否)결정권'을 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121석)에 정의당(6석), 민중당(1석), 무소속 정세균 의장 등을 합하면 129석인데, 민평당이 힘을 실어주면 국회의 법안표결에서 가부를 결정할 과반의석 148석이 된다는 논리다. 민평당은 자신들이 끌어올 수 있는 의석수를 반(反)통합파인 비례의원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추가 합류할 중도파 1인 등을 포함해 총 19석으로 계산하고 있다.
민평당 창당준비위원장인 조배숙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과반 기준은 147석이 된다. 지금 (민평당을 제외한) 범여권 의석이 129석이니 우리 당에서 18석만 투표를 같이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며 "캐스팅보터는 바로 민평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민평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캐스팅보트라는 개념은 두 가지다. 원내 협상에서 캐스팅보트가 되기 위해선 교섭단체가 되야 하지만, 민평당은 비교섭단체라 역할을 할 수가 없을테고, 표결에서도 상임위는 5분의 3이상, 일반 안건은 재적의원 과반수인데 현재 의석의 경우로선 민평당의 캐스팅보트 역할론은 사실상 '과잉해석'"이라고 설명했다.
헌법개정안이나 정부 인사권에 대한 국회 표결 역시 재적의원 5분의 3이 필요해 민주평화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정의당이나 미래당의 경우 사안에 따라 여권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특정 사안마다 캐스팅 보트를 쥐는 당이 바뀔 수도 있다.
때문에 이같은 '캐스팅보트'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또 한번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은 약 15명에 달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117석)과 의석수 차이가 4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출마 의원 중 일부가 경선을 통과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제1당을 놓칠 수 있다. 1당을 놓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반기 국회 의장 자리와 상임위 배분에서도 밀려 향후 정치 지형은 예측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빠지는 의석수가 발생할 것이고, 또 선거 결과에 따라 민평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경우도 있어 하반기 국회 지형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며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