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춘 국민의당 홍보위원장 "기획 때부터 쌍란·리본, 여러 해석 예상…성공한 셈"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출입 기자들이 '쌍란' 그림을 보고 '아 배고파' 이러더라고요. 그것 만으로도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 생각했어요"
'회초리'부터 '때수건' '쌍란' '리본'까지…. '구호'에서 '그림' 백드롭으로의 교체는 국민의당이 영입한 박인춘 홍보위원장의 작품이다. 지난 30여년간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와 SK텔레콤의 'TTL' 광고를 만든 인물로, 안철수 대표가 직접 지난 10월께 박 위원장을 영입했다.
그는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더팩트>와 전화인터뷰에서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그냥 업계 '프로'일 뿐"이라면서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데 당이 혼란스러워 안타깝다. 잘 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안 대표에게서 당의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등 전권을 받아낸 그는 가장 먼저 '기자들을 웃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당 회의에 들어갔는데 첫 인상이 언론사 기자분들이 모두 무표정인 거다. 앞에 나서서 웃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도 무표정이었다. 이왕 백드롭을 교체하실거면 기자분들도 보면 웃고, 카메라 기자들도 웃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진단은 맞아 떨어졌다. 12월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회초리 그림'의 백드롭은 글을 읽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회초리 백드롭에 이어 때수건, 쌍란 등의 '그림 시리즈'는 잇따라 화재가 됐다. 특히 최근 두 달간 걸렸던 쌍란 그림에선 분당을, 바른정당의 하늘색과 국민의당의 초록색이 섞인 리본은 '풀어지면 끝'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해석을 낳았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정치 광고다 보니 함의가 많이 쓰인다. (쌍란과 리본은) 애초 기획 때부터 틀림없이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안 대표에게도 이런 해석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이슈가 되면) 당에 손해날 게 없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쌍란은 분당, 리본도 '(바른정당과) 풀어지면 찢어지는거 아니냐'는 악플도 많이 받았지만 이미 다르게 해석 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위원장은 "또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분들도 계셨다. 출입 기자들이 쌍란 그림을 보고 '아 배고파' 이러더라고. 그것 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며 "리본은 설명에서 한 번도 '통합'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언론이 '통합'으로 풀이해 썼다. 일단 공감이 중요했던 거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으면 충분한 홍보는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의 작품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을 묻는 질문엔 "답변을 못드린다"며 웃었다. 그는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잘 사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당 회의도 되도록이면 안들어간다"며 "굉장히 쉬운 소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재로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리본 백드롭'이 국민의당의 마지막 백드롭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통합이 곧 될 것 같다. 통합 이후에 제가 일을 맡을 지 안 맡을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어서 다음 백드롭에 대한 구상은 아직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