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1시간 진행…'언론관'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다"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같은 '직접 지명' 방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 때는 기자들이 서로 질문을 하기 위해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한 기자의 질문이 끝나면 거의 모든 기자들이 손을 들어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홍 대표 기자회견에선 상대적으로 질문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질의가 끝나고 손을 드는 기자들이 없자 홍 대표는 "질의 없으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기자가 할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기자는 기자회견 직전 우스갯소리로 "홍 대표는 맘에 드는 질문이 아니면 상대방에게 '창피'를 주기도 한다. 자기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에만 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의 예상 그대로였다. 한 기자가 '홍 대표가 대구 시장 등 격전지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묻자 홍 대표는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더 이상 그 질문은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이후 다른 기자가 이를 언급하며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묻자 홍 대표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답변하고 싶은 질문에만 답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홍 대표는 기자들 눈앞에서 언론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 어떤 북한 여성(현송월)이 내려왔는데 밥은 뭘 먹나, 핸드백이 얼마짜리냐는 게 방송 소재가 되더라. 그거 보면서 '한국 언론이 참 할 일 없다.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또,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약 50분 정도가 지나자 홍 대표는 "이쯤 하자"며 기자회견을 끝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나는 문 대통령처럼 답변 써주는 프롬프터가 없다. 문 대통령은 앉아있으면 답변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에 올라오더라. 나는 나 혼자 답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는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프롬프터에 띄운 것은 질문 요지이고, 답변은 대통령이 즉석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홍 대표가 이날 밝힌 '막말' 논란에 대한 답변과 상충됐다. 홍 대표는 여러 '막말'들에 대한 비판에 자신이 하는 얘기들은 '팩트'이기 때문에 상대방들이 상처를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장 이날 그의 발언이 팩트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여러 모습들 때문인지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매우 딱딱하게 느껴졌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에 의하면 문 대통령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유연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를 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본 기자회견 시작 전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홍 대표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진행 시간도 차이를 보였다. 이날 홍 대표 기자회견은 1시간 동안 진행됐고, 문 대통령 기자회견은 1시간 20분여 동안 진행됐다. 게다가 홍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들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 반면 청와대 출입기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직접 기자들과 악수를 한 후 퇴장했다.
이러한 풍경이 홍 대표 만의 색깔이라면 문제는 없겠으나 문 대통령 기자회견과 '방식'은 같았으나 현장 분위기는 상당히 달랐던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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