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살림 도맡은 총무비서관, '비리 뇌관'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막후 실세'는 따로 있었다. '실장'이나 '수석'도 아닌 총무비서관이다. 청와대 '안살림'을 챙기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곁을 지켰다. 그러나 '돈' 때문에 정권 교체 이후 대부분 법정에 서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수뢰·횡령 등 수난사가 되풀이됐다.
총무비서관의 핵심 업무는 '청와대 곳간 관리'다. 비서실의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물품 관리, 경내 행사 등을 지원한다. 과거엔 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부터 비자금 등 '검은 돈'까지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림꾼이자 '집사'의 역할을 했다. '비리의 뇌관' 같은 자리일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엔 'MB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이 도마에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2년 선배다. MB가 정계에 입문한 1992년 이후 이 전 대통령 사가의 재산관리를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내곡동 사저 특검과 자원외교 비리 등 이명박 정부 관련 게이트가 불거질 때마다 '김백준' 이름 석자가 거론됐다.
그리고 지난 1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2008년 MB 정부 출범 당시 첫 총무비서관을 맡아 2011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 원씩 총 4억 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가 다스에 140억 원을 돌려주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비서관 본인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문고리 3인방(안봉근·정호성·이재만)'의 한 축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쇠고랑을 찼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다. 그런 그는 지난해 말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 역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특활비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매월 5000만 원에서 2억원 씩 총 33억원을 받았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했다.
노무현 정부때 총무비서관을 맡은 정상문 서울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도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됐었다. 정 위원은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준비한 40년 지기로, 이른바 이명박 정부서 불거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염두에 둔듯 핵심 보직에 '파격 인선'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직후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발탁했다. 문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으며, 정치권과도 거리가 먼 인물이다. 1992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주로 예산업무를 담당해온 30년 경력의 경제 관료다.
인선 당시 청와대 측은 엘리트 관료들이 넘치는 기획재정부에서 '흙수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최측근들이 맡아 온 것이 전례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예산 전문 행정 공무원에게 맡겨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비서관은 예산 배정에 '깐깐하기로' 소문 나 있다. 문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이른바 '이니 시계'가 인기를 끌때 '방문객 선물'이란 원칙을 내세워 청와대 직원들의 요청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각 수석실의 업무비 요청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비서관에게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25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비서실이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투명하게 꼭 필요한 용도에 사용하는 데 솔선수범하겠다"며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행사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은 예산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문 대통령의 지시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