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초동=이원석 기자] "제가 그랬죠. 홍준표 따라가다가 망했다고. '진짜' 망했어요."
한 때는 '여자 홍준표'로 불렸던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한 맺힌 말이다.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나 홍준표 대표에 이어 전당대회 2위에 오르며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류 전 최고위원은 8일 현재 한국당으로부터 제명된 상태다. 홍 대표에 대한 '막말'이 이유였다.
류 전 최고위원이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실시된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부터다. 그 사이 류 전 최고위원은 '여자 홍준표'에서 '홍준표 저격수'로 별명이 바뀌었다. 류 전 최고위원은 당이 '홍준표 사당화'가 돼 가고 있다고 줄곧 경고해왔다.
<더팩트> 취재진은 8일 오후 서초동 모 사무실에서 어렵사리 류 전 최고위원과 만났다. 지난해 12월 27일 제명 처분을 받은 뒤 류 전 최고위원이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류 전 최고위원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최근 당과 투쟁할 때마다 '라이언'(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인형과 함께 등장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날도 취재진이 라이언의 안부를 묻자 류 전 최고위원은 선뜻 라이언의 허락을 받은 뒤 모셔(?) 왔다.
그렇게 라이언과 함께 시작된 인터뷰 내내 류 전 최고위원은 울분을 토했다. 대부분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이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이번 당무감사의 '공정성'을 지적했다. 그는 "홍준표 사당화다. 70명 정도를 내보냈고 결국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또 내보냈다"며 "그럴 거면 당무감사 할 필요 없었죠. 쇼했다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또, 홍 대표가 최근 대구 당협위원장에 지원하는 등의 행보와 관련 "당 대표 특권을 너무 누리시는 것 같다. 당 대표 권한을 너무 휘두르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류 전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화제의 '라이언' 인형은?
데리고 올까요? 라이언한테 물어봐야 해요. (나갔다 들어와서) 라이언이 괜찮다고 하니까 데리고 올게요. (큰 라이언, 작은 라이언과 함께 들어오면서) 라이언이 얼마 전에 토크콘서트에 나가서 발이 까매졌어요.
-직접 구매하셨나.
얘(큰 라이언)는 제 사촌동생이 의사인데 그 병원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탐을 냈더니 새로 사서 보내줬어요. 얘(작은 라이언)는 맥도날드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고 받았어요. 해피밀이 3900원인데 얘는 6900원 주고 사야해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내 돈 주고 산거죠.
제 페이스북을 보시면 알겠지만, 라이언 인형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뜻하는 거예요.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모든 이야기에는 다 뒤에 뜻을 숨겨놓고 얘기를 하나씩 해요. 정치인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즉흥적인 게 아니에요. 저는 재밌는 정치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라이언도 그런 많은 의미를 갖고 있었고, 또 우리 당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안 좋아하잖아요. 솔직히. 얼마 전에 한 꼬마가 저를 보더니 라이언 아줌마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가 10년 뒤에 커서 나쁘게 기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대한민국 20대는 정치성향이 뚜렷하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본인에 공감하고 호흡하고 본인 얘기를 들어주는 정치인을 더 좋아해요. 라이언은 우리의 소통고리라고 봅니다. (카카오 프렌즈) 빵을 사먹으면 그 안에 스티커가 있잖아요. 저는 그거 25개를 다 모았어요. 그게 바로 소통고리예요.
-예전에는 발언을 아주 세게 했었는데 요새는 좀 여린 모습을 자주 보인다.
제가 그랬잖아요. 홍준표 따라가다가 망했다고. 진짜 망했어요.
-홍 대표 스타일을 왜 따라 했나.
홍이 저한테 가르쳐줬어요. '이렇게 싸워라. 내가 안상수(전 한국당 대표)랑 싸운 거 기억 안 나냐. 울면서 하면 안 된다. 정치는 투쟁이다. 깡패하고 싸울 땐 깡패처럼, 조폭하고 싸울 땐 조폭처럼 해라.' 배운 대로 했어요. 이제 제 스타일 대로 할 거예요.
-최근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얼굴 보니까 어때요? 어제 사람들이 이제 여해 모습 같다, 밝아 보인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제 내 모습대로 사는 것 같아요. 따라 하지도 않고.
근데 물론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어요. 당이 잘못 가고 있는 게 걱정이 돼요. 또 본인(홍 대표)이 대구 당협위원장 자리 맡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죠. 이전에 최고위원회의에서 '난 절대 안 나간다. 난 당협이 없다. 그래서 당무 감사 안 받는다'고 되게 좋아했었는데 당무 감사 끝나니 당협위원장을 하겠다고 하시니…. 당 대표 특권을 너무 누리시는 것 같아요. 대구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안정적인 자리인데 그 길을 가겠다고 하면 당 대표 권한을 너무 휘두르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죠. 그래서 저도 그 자리에(대구 당협위원장) 지원해 볼까 했는데 날짜가 지났더라고요.(웃음)
-최근 홍 대표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좀 말해달라.
보니까 제가 그냥 싸웠던 게 아니라 단계가 있더라고요. 첫 번째로는 시도당 위원장 사건이었어요. 7월 께였던 걸로 기억해요. 시도당 위원장은 우리 당 당원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것인데 갑자기 홍 대표가 '원내 의원들만 하자'고 바꾸더라고요. 이번 당무감사와 똑같은 거예요. 원칙과 절차가 있고 당헌·당규라는 게 있는데. 본인이 당 대표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에 최고 의결기구가 있으면 어느 정도 의논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한 정당으로서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그때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본인은 그게 정치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였어요. 저는 갑자기 토크콘서트 가서 홍 대표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출당시키려고 한다면 회의에서 먼저 얘기하고 최고위에서 어느 정도 오간 뒤에 공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대구에서 갑자기 얘기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굉장히 사람들이 많이 출렁였어요.
세 번째는 제가 최고위원이 되고 나서 호남특위라는 걸 공표했어요. 홍 대표가 하라고 했어요. 근데 조직 구성했더니 갑자기 표가 없으니 안 된다고 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호남은 경기와 서울의 바로미터니까요. 홍 대표가 분명히 하라더니 '노!'라고 하더라고요. 또, 여성특위도 본인이 하라고 해놓고 조직 구성해놓으니 '하지마. 조직 늘리지마'라고 해요. 생각의 폭이 굉장히 좁아요.
-의외로 갈등이 많았네요.
류석춘 혁신위원장과 관련해서도 저는 반대였어요. 혁신위가 해야 되는 일이 뭐냐. 실제적으로 한 일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바른정당 사람들이 돌아올 때 저는 윤리위원회를 거치고 잘못과 반성에 대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들어와서 주요 보직들도 다 차지했고요.
당무감사와 관련해서도 원칙과 절차 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고, '재심은 받아주지 말자. 형식상 하는 거다.' 결국 형식상 하는 거였죠. 홍 대표는 법치가 아니라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치도 중요하지만, 법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 대표는 정치는 이익을 위해 말도 바꿔도 돼, 기준도 없어도 돼, 지방선거를 위해 뭐든지 한다는 스타일이에요. 옛날식이에요.
-또 있나요?
마지막으로는 사당화였어요. 홍 대표는 자기 계파가 없다고 했는데 '홍심'이라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본인이 대표 된 이후에 없던 자리가 많이 생겨났어요. 옛날에 본인이 도지사 할 때 있던 사람 데려와서 갑자기 임명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임명할 때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통보했어요. 결국 홍준표 사당화라고 생각했고 아무도 아니라고 말 못 하는 최고위가 됐어요. 그러다 공 천장사 얘기도 나왔죠. 누구 만나서 줄을 댄다. 누구 옆에 간다. 돌이켜 보니 이런 트러블들을 거쳐 지금까지 왔더라구요.
-당에선 당무감사를 정확한 기준 아래 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얘기할게요. 정확한 기준이라고 하는데 홍 대표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아요. 근데 당무감사에 여론조사가 들어갔어요. 근데 그 여론조사 기관이 공평성과 공정성 문제 되는 기관이라는 말이 많아요. 공개하지도 않아요. 신뢰성이 보장이 안 돼요.
또, 당무감사 위원장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위원장이 골라서 만났다고 해요. 서초에서는 저와 반대되는 민주당 성향의 기자들을 만났다고 해요. 이미 정해진 데로 가고 있었던 거예요. 특히 다른 지역은 당무감사 위원장이 직접 만나지 않았는데 제 지역은 직접 만났어요.
위원장이 당시 시·구 위원에게 '(서초구 내 모 아파트) 재개발 관련 왜 신경 안 썼냐'는 심각한 얘기를 했다고 해요. 본인이 굉장히 사심이 있다는 얘기죠. 또 그 뒤에 저와 통화할 때는 '여기 시·구 의원, 그런 식으로 공천하면 안 돼요. 내가 공천에 관여할 거예요'라고 할 때 깨달았어요. 아, 내 점수 형편없이 주려고 작정했구나. 당무감사 위원장의 행동이 원래 석연치 않았어요.
결국,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들어갔죠. 윤리위원장도 조강특위에 들어갔어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그런 선례가 없었죠. 그분들이 들어가면 안 됐어요. 그리고 그 전에 계속 어떤 사람한테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10월경부터 '당신은 당협위원장 내려놓게 될 거다'.
지금 어느 지역은 누가 (당협위원장이) 된다, 홍심이 (그 자리에) 들어간다는 말이 이미 돌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지켜보면 알겠지만, 본인들이 이미 자랑하고 다니고 있다니까요. 홍준표 사당화잖아요. 70명 정도를 내보냈고 결국,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또 내보냈어요. 그럴 거면 당무감사 할 필요 없었죠. 쇼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저는 그때 당무감사 재심 신청, 이의 신청을 안 했어요. 근데 자꾸 홍 대표 측에서는 마치 그것 때문에 싸우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있어요. 저는 당무 감사의 원칙과 절차를 지적한 거예요. '어차피 너네 재심 받지 않을 거잖아.' 원칙이 있고 당헌·당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시하는 모습이에요. 법이라는 건 만들면 지켜야 해요. 법은 절대 상징성이 아니에요. 근데 본인(홍 대표)이 '괜찮아, 괜찮아.' 무시하면서 가는 모습을 보여요. 계속 이런 식이에요.
☞<하>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