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자신의 재신임에 연계해 전당원투표에 부친 것은 통합 반대파의 극렬한 반발로 전당대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선택한 우회로라는게 정치권 중론이다.
국민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당의 통합 및 해산 등의 권한사항은 전당대회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대표당원 과반 이상 출석에 과반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권 당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안 대표는 전당원투표라는 일종의 여론조사로 자신의 재신임과 통합을 연계해 당심을 얻은 후 전당대회까지 밀고 가겠다는 복안이다. 안 대표 측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가 (당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라고 할 수 없듯이 의원총회가 의원들의 의사결정기구라고 할 수 없다"면서 "당의 의사는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며 전당원투표제를 옹호했다.
국민의당 당헌당규 상에 기재돼 있는 전당원투표에 의하면 당, 전체당원, 국민의 기본권 등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사안으로 판단한 경우 전체 당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 또는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전당원투표는 최고위 보고와 당무위 심의를 거쳐 실시할 수 있는데 안 대표는 이날 회견 직후 당무위 소집안을 냈다.
안 대표가 이날 전당원투표 카드를 던진 이유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안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 통합당 지지율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아울러 전날 마친 전국 순회 당원 간담회를 통해 "당심은 기울었다"는 확신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에 "안 대표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당원 간담회에선 통합 찬성 여론이 더 높았었다"며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발표만 남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전당원투표에 붙여진 사항은 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의 투표로,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를 하면 확정된다. 안 대표 측은 호남 이외의 지역은 통합찬성 당원들이 90%를 넘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원 투표 절차는 즉각 개시될 것이고 신속하게 끝내도록 하겠다"며 "그 방식은 이미 객관성이 검증돼 각 정당들이 당 대표 선출 등에 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행자 대변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케이 보팅(K-voting)'을 통한 여론조사일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ARS나 인터넷, 현장투표 등으로 당원 의견을 묻는 형식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통합 반대파에선 당장 '꼼수'라고 지적하면서 당의 총력을 다해 전당원투표 저지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바른정당과 통합 여부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해 전당원투표를 하자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모든 정당의 당헌당규에 당의 합당 및 해산 결정은 전당대회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압도적인 다수의 찬성이 있을 때에만 당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고 그것이 정치의 ABC"라고 직격했다.
또 호남계 중진인 유성엽 의원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정당법은 합당하는 정당들의 대의기관(전당대회에 해당) 또는 그 수임기관(중앙위원회에 해당)의 합동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오늘 안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전당원투표에 의한 통합 가부 확인 제안'은 명백한 정당법 절차 위반"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에 응하는 분들은 당에 해를 끼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전당원투표 무효화 운동, 저지화 운동을 펼칠 것이고 법률가들의 자문을 거쳐서 합당 밀어부치기를 위한 전당원투표의 불법성을 검토하기 위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