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 전당원투표 '게릴라 기자회견'후 의총 불참 安…反통합파 "끌고라도 오라"며 고성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통합 로드맵' 발표로 20일 국민의당은 하루종일 벌집을 쑤신 듯했다. 이날 안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全)당원투표제'를 발표한 뒤, 같은 날 오후 2시 소집해 놓은 의원총회에 불참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소속 의원들은 '당대표 불신임'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분당 양상으로 번졌다.
◆"끌고라도 와라" "의총 나와서 해명도 못하는게 무슨 대표"
예정에 없던 안 대표의 '폭탄' 발언 후 이날 오후에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를 향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개회 예정시간이 지나도 안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통합 반대파와 안 대표 측근들이 서로 맞서며 설전을 주고 받았다.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의원들의 모임인 평화개혁연대의 정동영 의원은 "의원들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오후 2시에 의총을 소집해 놓고 오전 11시에 알박기 기자회견을 하는게 어디있느냐"며 송기석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안 대표 나오라고 하라. 뭐가 무서워서 안 오느냐. 안 대표 꼭 참석시켜요.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촉구했다.
이에 송 실장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다"라고 해명하려 들자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들의 모임) 소속인 장정숙 의원이 "책임을 지셔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성엽 의원은 송 실장에게 "대표가 안 계시면 비서실장이 다 뒤집어 써야 한다"고 거듭 공세했다.
안 대표의 출석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의원들은 의총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두고 또 다시 갈등을 빚었다. 정 의원은 "안 대표가 출석할 때까지 기다리자"며 "안 대표는 기자회견장에는 나오면서 의총장엔 못나오는 것이냐. 그 정도의 간댕이로 당 대표를 할 수 있겠느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발언 중에 과한 것들이 표출되는 것보다는 정제되서 발표되는 것이 좋다"고 중재하고 나섰고, 황주홍 의원이 이어 "원내대표께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힘을 보탰다.
그러자 최경환 의원이 벌떡 일어나 큰 목소리로 "안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우리당 호남의원들을 구태정치인이라고 했다. 대단히 불쾌하다"며 "안 대표에게 해명을 들어야겠다. 꼭 와야 한다"고 거듭 맞섰고 유 의원은 "(안 대표를) 끌고라도 와야 한다.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디있느냐"고 성토했다.
이 과정에서 송 비서실장이 "말씀 좀 가려서 하십시오. 짐승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했고,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도 "끌고라도 오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느냐"고 벌컥 화를 내자 유 의원은 "똑바로 해"라며 고함을 쳤다.
목소리가 높아지며 장내가 소란해지자 김 원내대표는 "제가 이럴까봐 비공개로 한 겁니다"라며 울쌍을 지었다. 의총장으로 김관영 의원 등이 참석하면서 의원총회 성원(기준 20명)이 돼 결국 비공개로 긴급하게 전환됐다.
◆장장 3시간 의총…대변인들까지도 "들은대로 말하라"며 혼선
안 대표의 불참으로 시작된 의원총회는 끝까지 그 진통이 이어졌다. 비공개 의총 후 결과를 브리핑하는 원내대변인들 조차 통합 찬반이 갈리면서 서로 고성을 내지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날 의총의 전체적인 참석률은 저조했지만 통합 반대파들의 참석이 대체로 많았다. 이들은 3시간 의총에서 안 대표가 제안한 전당원투표 제안 중단과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 대표의 '통합 로드맵' 발표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당원을 배신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안 대표의 일방적인 합당 추진에 대해 반대하고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합당을 빌미로 국민의당에 분란과 분열을 유도하고 있는 안 대표에 대해 자신사퇴를 촉구한다"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 내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희망하는 의원 및 당원들은 차라리 국민의당을 탈당해서 합당절차를 추진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고성이 터져 나왔다. 통합 찬성으로 분류되는 김수민 대변인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의원들이 16명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 의결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파인 김경진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의결된 사안이라고 맞선 것이다.
먼저 의총 브리핑을 마친 김수민 대변인의 말이 끝나자 김경진 대변인은 "아무래도 대변인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릴 수도 있으니까…"라면서 말을 시작하자 김수민 대변인은 "저는 대변인으로서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말을 끊었다.
이후에 김경진 대변인이 마이크 앞에 선 채로, "의총에 참석했다 자리를 뜬 의원들이 남아있는 의원들에게 위임을 했다"며 성명서가 의결됐다고 주장하자 김수민 대변인은 "의결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마지막까지 남아 계셨던 의원님들이 16명 밖에 안되는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시에 정적이 돌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소란이 끊이질 않자 김동철 원내대표가 직접 기자들에게 "하나의 안건으로 본다면 의결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정확히 결의 자체를 의결하는 것 없지 않느냐"며 "총의를 모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