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기소된 지 13개월 만 결심…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 원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 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난해 11월 20일 구속된 지 약 13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의 결심 공판은 14일 오전 10시 시작됐다. 이날 자리한 검찰과 특검은 재판부에 최 씨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1185억 원, 승마 지원으로 직접 받은 77억9735만 원에 대한 추징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겐 징역 6년에 벌금 1억 원을,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에겐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장성욱 특검보는 이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비선 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 실체"라며 "수사와 재판을 지켜본 국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으로만 알고 있던 정경유착 병폐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장 특검보는 이어 "최 씨는 재판 내내 범행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검찰과 특검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국민의 가슴에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줬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께서 후대의 대통령들이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무를 다함에 있어 준엄한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엄한 처벌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도 "피고인은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사익추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자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되는 국가위기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 미수, 사기 미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모두 18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여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고, 롯데와 SK에 K스포츠재단 각각 70억 원과 89억 원의 추가출연을 요구한 혐의 등이다.
최씨의 혐의 중 가장 형이 무거운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이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함께 대기업에 압력을 가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 486억 원과 286억 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하고(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롯데·포스코·KT·현대차·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이 자기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거나 지인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등 혐의 등도 있다.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에 개입해 주식을 취득하고(특가법의 알선수재), 지난해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더블루K 컴퓨터 5대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또 최 씨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와 별도로 최 씨는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최 씨와 공모한 혐의 외에도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로부터 명품 가방과 무료 미용시술 등 4549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또 지난해 말 검찰 조사를 앞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휴대전화 폐기를 요구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3월 롯데 면세점 신규 특허취득과 관련해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무직 공무원의 이익을 공고히할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사익 추구에 협력했다"면서도 "이 사건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업무수첩과 말씀자료를 제출했고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적극 진술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대해서는 "재계 5위 롯데 회장이 경영지배권 강화라는 사적 이득을 위해 최고권력자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 그럼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허위 진술로 일관했기 때문에 롯데가 국민 신뢰 받는 그룹으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고기일은 통상 결심 공판 2~3주 이후로 지정된다. 이르면 내년 1월 초, 늦어도 1월 중순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