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13~16일 국빈 방중…'핵심 4인방'과 회동
[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방중(訪中)길에 오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취임 후 처음이다. 이번 방중은 한·중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빼곡한 일정으로 강행군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재중국한국인 간담회를 갖고, 한국 경제인들과 함께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며,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14일엔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및 국빈만찬을 하며,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한 문화 교류의 밤 행사도 갖는다.
15일엔 오전 북경대학에서 연설을 한 뒤 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회담, 같은 날 권력서열 3위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16일 중국 서부개발의 거점이자 일본 강점기 임시정부 청사가 있던 충칭을 방문하며, 한중 제3국 공동진출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한 뒤 차세대 유력주자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 오찬을 한다. 이어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3박4일 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다.
방중 기간 관건은 '큰 틀'에서 세 가지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중국 측의 감정적 앙금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 경제협력에서 실질적 관계 개선 조치 등이다. 양 정상은 이미 두 차례(7월 G20·11월 APEC) 회담에서 관계 정상화에 뜻을 모은 만큼 이번 방중 회담에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낼 계기를 만들 것이란 관측이다.
◆ 사드 갈등, 여전히 '변수'
'사드 갈등'은 여전히 이번 정상회담의 '변수'다. 양국은 지난 10월 31일 사드 문제를 '봉인'키로 한 협의문을 낸 바 있다. 양 정상은 당시 한·중 간 사드 배치에 대한 양측의 이견을 존중하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문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이후에 중국 측은 관영매체 등을 통해 '3불1한(三不一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3불'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1한'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사용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 측은 '3불1한'을 확약하기 위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14일 아세안 순방 중 기자단과 만나 "(사드 문제에 대해) 봉인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아마 다음 방중(12월 중) 때는 사드 문제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6일 베이징 정상회담에 대해 "시 주석이 (베트남에서 사드와 관련해 했던) 발언보다 (발언의) 분량이나 강도가 현저히 줄면 그것 역시도 넓게 봐서는 (양국 관계 개선의)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양국이 이번 회담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한 점을 주목해 '사드 이견이 여전하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양국이 현안에 대해 서로 결합된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에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을 대신할 언론발표문은 각국이 개별 발표하기로 했다.
◆ 북핵, '중국 공조' 이끌어낼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도 예상된다. 지난달 말 북한의 '화성 15형' 도발 이후 중국 역할론은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다시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접경하고, 유대가 깊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공조를 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시 주석도 큰 틀에선 동참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지난달 두 번째 회담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해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대화와 제재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한·중 공조 수위도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국 특사로 중국을 다녀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한중은 '쌍중단(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에 입장이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북핵 해법으로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1일 방중 회담과 관련해 "북핵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역내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한·중 경제협력, 기지개 켜나
침체됐던 한·중 관계의 정상화 지표는 '경제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ASEAN+3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중 경제·통상 등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조치를 공식화한 바 없지만, 양국 교류는 사드 갈등을 기점으로 1년여 넘도록 경색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방중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을 거쳐 '충칭'을 방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충칭은 시 주석이 서기를 맡으며 정치적 기반을 닦았던 지역인 동시에 집권 후 내세운 간판 통상외교 정책인 '일대일로'의 출발점인 곳이다. 또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 등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한중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방중길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경제협력과 관련해 회담 테이블엔 중국 진출 기업의 애로해소와 중국의 한국기업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해소 등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실질적 개선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개시 등이 오를 전망이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부문 후속 협상 개시 여부가 관계 정상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20일 발효한 한중 FTA는 2년 이내인 올해 12월 20일께 협상 개시를 선언해야 한다.
남 차장은 11일 브리핑에서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에 이뤄지는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한·중간 신뢰 회복하고 두 정상간 우의를 돈독히 함으로써 양국간 교류와 협력을 본격적으로 정상화시켜나가는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으로, 취임 첫 해 한반도 주변 4강 중 일본을 제외한 미국·러시아·중국을 모두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