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국종 #카톡합의…키워드로 본 2018년도 예산안

국회는 6일 새벽 428조839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중증외상센터 212억 증액, 공무원 증원·복지예산 원안보다 후퇴…'쪽지예산'은 여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가 6일 새벽 428조8339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지난 2일이었던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지 나흘만이다.

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신경전은 매우 치열했다. 여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협상단은 만나고 또 만났다. 특히 이견이 많았던 공무원 증원 등의 쟁점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원안을 지키려 했고 야당은 삭감하려 했다. 도무지 타협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일 여야 원내대표는 협상 끝에 서로 일정 부분을 주고 받으며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이 내부의 반발로 다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은 앞서 정부가 내놓은 원안보다는 1374억8000만 원가량 순감됐다. 여야는 협상을 통해 정부안보다 4조1876억5900만 원을 증액했고 4조3251억3900만 원을 감액했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44조7000억 원으로 원안보다 1조5000억 원 줄었고 일반·지방행정 예산 69조 원과 외교·통일 예산 4조7000억 원으로 각각 7000억 원, 1000억 원 순감됐다. 반면 정부 원안에서는 올해 예산보다 20%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300억 원 증액된 1조9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선 정부 원안이었던 1만2221명에서 9475명으로 줄였다.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일자리 안정기금은 정부 원안대로 2조9717억 원으로 유지됐으나 단계적으로 축소해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선에서 잠정 합의했다.

<더팩트>가 협상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년도 예산안을 몇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아덴만 여명 작전 석해균 선장 치료에 이어 귀순 북한군 병사를 치료하며 주목 받은 이국종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장. /남윤호 기자

#이국종 효과…중증외상센터 지원 예산, 정부안보다 50% 증액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최종적으로 원안보다 1조5000억 원이나 줄어 144조7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권역별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위한 내년 예산의 증액이었다. 정부는 당초 400억 원을 배정했으나 최종안에서는 201억 원이 늘어난 601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 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해적들에게 피랍됐던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며 존재감이 부각된 이 센터장은 얼마전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을 치료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고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인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간호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금으로 인당 연간 2400만 원, 총 124억3200만 원이 추가됐고 전문의 인건비도 1명당 1억2000만 원에서 1억4400만 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응급이송체계 개선을 위한 응급의료 전용헬기 확충사업비도 정부안 143억원보다 11억 원 증액된 154억 원이 최종 반영됐다.

5세 이하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내년 9월 시작된다. 5세 이하 전체 아동에게 주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상위 10% 이내 고소득 가구 자녀는 제외했고, 시행 시기도 7월에서 9월로 두 달 늦췄다. /더팩트DB

#아동수당…'소득 상위 10%' 가구 제외·도입 시기도 연기

원래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만 0~5세(최대 72개월)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아동 1명당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려 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는 제외됐다.

보건복지부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합치는 '소득인정액'을 기준 삼아 전체 가구 중 상위 10%에 속하는 가구를 제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방식으로 추산했을 때 상위 10%에 속하는 영유아 가구는 약 15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가 주장했던 '보편적 복지'에 실패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또 아동수당을 받는 90%와 91% 간의 소득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초연금은 이 문제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동해 일부에게 적은 금액을 주는 소득 역전 방지 장치를 두고 있는데 아동수당에도 이러한 장치가 마련될 경우 소득 기준 90%에 가까운 가정은 10만 원을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의 비판이 거세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해 소득이 크다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와 선거구제 개편, 호남SOC사업 등을 주고 받았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카톡합의…국민의당, 선거구제 개편·호남 SOC사업 받고 예산안 찬성 줬다?

여야 합의 끝에 잠정 합의문이 나온 뒤 처리 예정일이었던 5일 한국당의 반발을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것은 권은희 국민의당 수석부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언론에 포착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각 당의 요구사항인 듯한 항목들을 서로 열거했다. 권 수석부대표는 박 수석부대표에게 '권력구조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적극 추진해 2018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 비례성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구제 개헌을 개헌논의와 동시에 진행한다,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들을 처리한다, 물관리일원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개정안들을 처리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이어 박 수석부대표는 권수석부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도의 노력을 다 하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확고히 추진할 것을 합의한다,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비리에 대한 독립적·전담 수사기관 설치를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처리한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이 추후 국민의당에게 좋을 내용들을 합의해주고 찬성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실제 선거구제 개편 등은 국민의당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지역구별로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 보다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다당제 정착에도 맞고,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구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호남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광주-강진 고속도로 예산은 정부안에서 455억 원이었으나 1455억 원으로 올랐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 관련 예산은 정부안 154억 원에서 288억 원으로 올랐다. 광주순환 고속도로(200억 원 증액), 새만금-전주고속도로 건설(300억 원 증액), 담양-순천 국도 건설(10억6300만 원 신설) 등도 모두 호남에 배정된 예산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6일) 국민의당을 향해 "야당인 척 하면서 지역 예산을 챙기고 막판에 가서는 여당과 같은 편이 돼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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