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한 대통령직속위원회는 모두 5개다. 이 가운데 3개는 정부 출범 반년 만인 이달 중 '늦깎이 출범'을 앞뒀다. 개중 1개는 자칫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대통령직속위원회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싱크탱크 성격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대통령직속위원회로 ▲5월 16일 일자리위원회 ▲8월 22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8월 25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9월 5일 정책기획위원회 ▲9월 12일 국가교육회의를 잇따라 신설했다.
이는 임기 초 중점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중장기 정책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한 인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 위원회인 경우 출범 자체가 늦어지면서 동력 상실을 우려한다.
◆ 위원장 '급'은?…정부(당연직)+민간(위촉) 위원 구성
대통령직속위원회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대통령령, 약칭 행정기관위원회법)'에 근거해 관련 설치 규정(안)에 따라 구성한다. 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비롯해 부처별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 관련 정책 보좌관(비서관) 등 정부위원(당연직)과 민간위원(위촉)을 구성(▲표 참조)한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사실상 장관급에 준한다. 일자리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장병규(44) 블루홀 이사회 의장,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송영길(54)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책기획위원회는 정해구(62) 성공회대 교수, 국가교육위원회는 신인령(74) 전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위원장이나 민간위원들 모두 '무보수 비상근직'이라 급여나 처우로 위상을 따져보기는 어렵다. 통상 임기는 1~2년이며, 회의는 분기별 1회이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시로 개최한다. 존속 기한은 대통령의 임기인 '5년'이다.
무보수직이어도 '수당'은 따로 줄 수 있다. 행정기관위원회법 제12조는 위원회에 출석한 위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인 위원이 그 소관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위원회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무보수 비상근직이어도 위원장인 경우 직책에 따른 수당을 월 200만 원 정도 줄 수 있고, 위원들은 회의 참석 비용 등을 지불한다"고 밝혔다.
◆ 위원회 '초반 성적표'는?…국가교육회의 '지연 또 지연'
대통령 '직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추진했지만, 진행 과정과 초반 성적표는 부진하다. 지난 6월 21일 첫 회의를 갖고 가장 먼저 공식 출범한 일자리 위원회는 2차(8월 4일)·3차(10월 18일) 회의를 가졌으나 내세울 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일자리 상황판이 이를 보여준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1% 포인트 늘어난 8.6%를 기록했다. 청년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5만명 감소한 393만명으로 조사됐다.
또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출범 초 '위원회 축소'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의 지난 6월 당시 발표와는 달리 위원회의 위상이나 구성,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었다. 9월 26일 닻을 올린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10월 11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사람 중심'을 콘셉트로 내세운 위원회 역시 아직까진 이전 정부의 '창조 경제'와 다를 게 없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후발주자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정책기획위원회는 각각 오는 7일과 15일 출범식을 갖는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신(新)북방정책 추진과 한·러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전담조직이며,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전반을 총괄·기획한다. 이를 반영하듯,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학계 대표적 친노·좌파 인사로, 2012년부터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과거사위원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을 추진할 국가교육회의는 위원회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위원회 전체 21명 중 당연직 위원(9명)과 지난 9월 25일 신인령 위원장만 위촉한 상태다. 민간위원 11명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법령 근거를 지난 9월 12일 마련한 후 '9월 말→10월 중순→11월 말'로 출범을 예상했으나, 아직까지 출범식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교육회의 준비단 관계자는 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간위원 막바지 인선 단계에 있다"며 "이번 주 중 출범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靑 "위원회 더 안 만든다"…'빛 좋은 개살구' 전락 우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직속'이란 상징성에 비해 그 수명은 길지 못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다보니 대통령의 임기와 운명을 같이해서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7월 11일을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들어진 대통령직속 위원회 중 국민대통합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 정부 3.0 추진위원회, 청년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 등 5개를 폐지했다.
또 정부 부처의 역할을 침범하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정책기획위원회는 김영삼 정부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활성화됐다가 지난 보수 정부 땐 '옥상옥 조직'이란 이유로 사실상 사장됐다.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도 있다. 이전 정부 사례에서 보듯 위원회만 만들어 놓고 회의 한 번 안하는 위원회가 많아 국민 혈세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대통령직속위원회를 더 많들지 않기로 한 것으로 지난달 27일 알려졌다.
대통령직속위원회 관련 한 관계자는 5일 <더팩트>에 "대통령직속위원회라는 명패만 갖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허울뿐"이라며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해야 위원회를 신설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