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조아라 기자]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변한 가운데 한국여성민우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일 "국가는 지금 당장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낙태죄는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 국민청원이 23만명을 넘어서자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으며, 현실의 임신중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8년간 중단됐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에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공동행동 등은 이날 정부와 국회에 거듭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의회는 모든 결정을 미루며 낙태죄 폐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모자보건법은 강간,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임신 가능성은 항상 어디에서나 열려있다. 낙태는 여성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성의 판단과 결정 하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는 국가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며 스스로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며 "청소년의 경우 낙태죄 때문에 불법시술로 고비용과 위험성을 떠안아야 한다"고 거듭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공동행동의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폴란드 여성들이 여성의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낙태 금지 법안에 대한 반대시위를 한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들은 "청와대는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구호를 외친 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속 앎씨(가명)는 "모자보건법이 성폭력 임신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지만 성폭력을 너무나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폭력에 의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위계와 관계에 의한 성폭력, 동의 없이 피임기구를 제거하는 등 성폭력의 범위는 넓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가자는 "서로의 동의에 따라 이뤄진 성관계의 경우 임신의 중단이 불가하다는 것은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여성이 안전한 임신 중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국가가 침범할 수 없는 여성의 삶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이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거쳐 세종로공원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