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책연대협의체 띄운 국민-바른, 남은 과제는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바른정당 김세연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오신환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첫 공식회의를 갖고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법안처리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조아라 기자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긴 내홍 끝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29일 정책연대협의체를 출범시켰지만 여전히 헤쳐나갈 과제가 산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예산과 개혁법안 등에서 정책공조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인데, 당장 오는 12일 정기국회가 끝난 후엔 양당 내부의 반발로 불안정한 동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당 이견있던 '5·18특별법'까지 협의키로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와 바른정당 김세연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오신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공식회의를 갖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법안처리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양당은 공감대를 이룬 △방송법 개정안 △특별감찰관법 △지방자치법 △국민체육진흥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및 서비스산업 발전법 △부정채용 금지법 및 낙하산 방지법 등의 정책협약 6개 분야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예산국회에서도 정부여당에 맞서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양당은 공무원 증원 문제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정부 지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인력효율화 및 재배치 방안, 재정추계, 조직진단 등 선행조건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인 2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부분에 있어서도 수정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못박았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 독자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거나 부결 시킬 수 없는 만큼,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5·18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다음 회의때 정식안건으로 올리겠다며 진일보한 결과를 도출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유승민 대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에 의해서 다음 회의에서 아마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같이 협력해서 법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면서 햇벝정책 등 안보·외교부분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햇볕정책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시대에 맞게끔 변형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8월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외지역구위원장협의체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당 내부서 여전히 '비관' 전망 우세

이같이 양당이 정책면에서 상당부분 공통분모를 늘렸음에도 불구,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협의체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5·18특별법은 여야,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연대는 사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면서 "좋은 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자유한국당이 찬성한다고 하면 한국당과도 연대를 할 수 있다"고 정책연대협의체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회 안에서 제대로 제3당의 역할을 하려면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언급한 여야정 협의체를 해야한다. 야당으로서 당당히 협의체에 들어가 국정의 주체로서 민주당과의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과 정책을 주도해야지 협의체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협의체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을 두고 실질적인 관계가 크게 없는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하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호남의 한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바른정당이 5·18특별법에 협조해 주면 상임위에서 통과우위 수를 구성할 수 있어서 일단은 (바른정당과의 그런 협조는) 좋다"면서도 "그러나 바른정당에서 문제 삼고 있는 지역주의 타파는 다른 얘기다. 어느 정당이나 지역적 기반을 갖고, 가치를 대변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 호남의원들을 갖다가 지역주의에 함몰됐다고 하면 같이가기 어려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 2일인 예산안 처리 시한까지 예산안 공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나 한국당과 쟁점사항 6가지라고 정해서 협상하는 부분도 명확히 지금 협상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바른정당과 공조 문제까지 같이 논의를 하면서 협상을 하게 되면 저희들 입장에서 사실은 너무 복잡한 함수와 방정식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편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6일 오전 포항시 흥해읍 홍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아 지진피해로 대피해 있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바른정당, '한국당'과의 연대모색 나설까

바른정당에선 상당히 정책연대에 긍정적이다.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바른정당으로선 국민의당과의 연대 및 통합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키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바른정당 입장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지면서 원내 협상의 창구가 없어졌는데 (국민의당과의) 협의체를 통해 국민의당과 합의된 내용을 통해 원내교섭을 하게 돼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른정당 내에서 아직까지도 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앞서 "보수와 중도가 나름 명분과 이유로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통합에도 순서가 있다"며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 그 흐름을 국민 전체의 통합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내부에선 바른정당과의 연대 드라이브가 'YS식 3당 합당'으로 의심받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선을 그은만큼 아직까진 통합론에 대한 추진 가능성은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고 본격 지방선거 시즌으로 돌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바른정당이 한국당에게도 연대를 타진할 수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생각한다면 바른정당이 국민의당 보다는 한국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12월을 기점으로 일부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car42@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