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태완이법' 첫 확정 판결…16년전 살해범 무기징역 外

이른바 태완이법 적용을 통해 구속기소됐던 대학교수의 부인 살해범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더팩트DB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28일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된 이른바 '태완이법'이 적용된 첫 대법원 판결, 교수 임용을 대가로 학부모에게 뇌물을 받은 전 서울대 음대 교수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목졸라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에 대한 중형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法, 공소시효 만료 살해범 무기징역…'태완이법' 첫 확정 판결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6년 전 대학교수 부인을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53)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개정 형사소송법)'으로 재수사가 이뤄져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온 첫 사례다.

김 씨는 지난 2001년 6월 28일 오전 4시께 경기 용인시 소재 교수 A씨의 단독 주택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A씨를 다치게 하고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당시 수사당국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2007년 미제사건으로 분류했다.

당초 이 사건 공소 시효는 사건 발생 15년째인 2016년 6월 28일자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완이법'이 2015년 도입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돌입, 강원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공범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과 2심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했고 이를 목격한 A씨와 유족들은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 명백하다. 16여 년이 흐른 현재도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당시 가석방으로 출소해 그 기간이 지나기 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고 생명존중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회로부터 격리된 수감생활을 통해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결했다.

성희롱으로 파면된 전 서울대 음대교수가 이번엔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pixabay

○…성희롱으로 파면된 前서울대 음대 교수 이번엔 뇌물죄 실형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개인 교습을 하던 학생을 '교수로 임용해 주겠다'며 부모에게 고가의 명품시계를 받은 혐의(뇌물)로 기소된 전 서울대학교 음대교수 박모(51)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4200만 원을 선고했다.

박 씨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2년 8월 14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자신의 개인교습소에서 성악 레슨을 받던 학생의 아버지 이모 씨에게 학생 이모 씨의 교수 채용을 대가로 시가 4200만 원 상당의 시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박 씨는 국내 최고의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서 그에 맞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할 지위에 있다"며 "오히려 그 영향력을 이용해 이 씨를 교수로 채용해주는 데 힘을 써 줄 것 같은 암시를 풍겨 이 씨의 아버지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은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박 씨는 이 씨 아버지로부터 시계를 받은 사실조차도 없다고 주장하고 이 씨가 악의적으로 자신을 모해하고 있다고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따라서 박 씨를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3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제자 A씨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고 '가슴을 열고 (사진을) 찍어 달라.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지난 2014년 2월 파면됐다.

불륜을 의심해 아내와 다투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편이 중형을 받았다. /pixabay

○…불륜 의심해 아내 목 졸라 살해 40대 징역 12년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44)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8월 13일 오후 3시께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 B(40) 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중학생 아들인 C(15)군에게 '엄마한테 한번 가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C군은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해당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어머니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아들의 연락을 받은 처남의 자살 의심 신고로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살인 범행을 실토했다. 그는 범행 10일 전에도 아내를 차량에 태운 뒤 사고를 가장해 살해하고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마음먹고 유서까지 썼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법질서가 보호하는 가장 중대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이 침해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범행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는 사망할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전에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s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