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더이상 계파 갈등은 없다"고 선언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시 친박계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오는 12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계파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친박계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친박계를 겨냥해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사당화 운운 떠들면서 또 다시 계파부활을 시도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어 한마디 한다"며 "박근혜 사당 밑에서 고위 공직하고 당 요직 다 차지하면서 전횡하던 사람들과, 아무런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아직도 철없이 미몽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박근혜 정권이 왜 망했는지 이제야 분명히 알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의 '비판'에 대해 친박계도 맞섰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전날(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홍 대표를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동안 홍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계파를 없앤다면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말씀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회의장에서 홍 대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으나 같은 날 오후 당 홍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또다시 친박계를 향해 "고름,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우리는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름, 암 덩어리'라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거듭 친박계 압박에 나선 것이었다.
이처럼 홍 대표가 다시 친박계를 정면으로 견제하고 나선 데에는 12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택 현 원내대표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경선 구도는 이미 홍 대표 측과 친박계의 맞대결이 된 모양새다. 홍 대표 측에서는 3선의 김성태 의원에 힘을 싣고 있고, 친박계는 4선의 홍문종 의원을 밀고 있다. 따라서 홍 대표 측과 친박계 중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당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 대표가 최근 보인 일련의 친박계 압박은 친박계와의 맞대결 구도 하에서 경선 전부터 우위를 점하겠단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두 계파의 신경전이 '원내대표 경선의 전초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홍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당내 반발감도 조금씩 생겨나는 모습이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홍 대표는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 없다"라며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다.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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