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사건 무마 대가' 1억 챙긴 경찰관, 징역 5년 外

이금석(46) 전 노드시스템 대표의 비위를 덮어주는 대가로 뇌물 1억 원을 챙긴 경찰관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더팩트DB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법조계에서는 27일 이금석(46) 전 노드시스템 대표의 비위를 덮어주는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경찰에 대한 선고를 비롯해 방위사업청이 납품받는 해군함정의 제원·수량 등 기본정보 공개의 기밀 여부, 성년 후견인인 동생의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친형 등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끌었다.

○…'사건 무마' 대가 1억 뇌물 받은 경찰관, 징역 5년

이금석(46) 전 노드시스템 대표를 상대로 한국휴렛팩커드(이하 한국HP) 불법 리베이트 조성 혐의를 수사하던 중 이 전 대표의 비위를 덮어주는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40대 전직 경찰관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팀 소속 경찰관 김모(46)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4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팀에 소속돼 이 전 대표의 한국HP 불법 리베이트 조성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사건 무마를 대가로 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2008년 3월 이 전 대표와 술집에서 은밀히 만나 "경찰청에서 당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면서 "가공거래 및 한국HP 관련 리베이트 등을 살펴보고 있다. 돈을 주면 그 사건들이 문제 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현금 1억 원은 계좌로 송금받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받은 돈을 뇌물로 인정한다"며 "범죄를 예방, 진압, 수사할 책임이 있는 경찰관이면서도 내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내사자로부터 사건무마 등의 대가로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수원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최복규)는 A사 방위사업청에 요청한 B사의 납품실적증명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해군함정 납품 정보 비공' 방위사업청에 "기밀아냐"

수원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최복규)는 27일 선박 건조업을 하는 A사가 방위사업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 공개 거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방위사업청은 올 6월 입찰 공고를 내고 계류지원정(해군함정) 납품 업체를 모집했고, A사는 B사에 밀려 2순위로 떨어졌다. 이에 A사는 7월 방위사업청에 B사가 제출한 납품실적증명서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납품실적증명서는 B사의 경영·영업상 비밀이어서, 공개할 경우 해당 법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정보를 비공개로 열람·심사한 결과, 해당 정보는 이미 자율공시하거나 이미 인터넷 웹사이트 등에 게시되는 등 공개된 실적 내용이었다"며 "납품계약일, 납품한 물품의 품명·수량·길이·폭·중량 등 제원, 납품일 및 납품처의 개요는 B사의 경영·영업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 상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구에게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게된 동생의 보험금을 수령한 뒤 자신의 명의로 빌라를 구입한 친형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유튜브 영상 갈무리

○…동생 보험금으로 자기 집 산 '친형', 성년후견인 첫 실형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27일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게 된 동생의 보험금을 수령한 뒤 자신의 명의로 빌라를 구입한 친형 현모(53) 씨에게 횡령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했다. 2013년 7월 성년후견제 도입 이후 피후견인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한 친족 후견인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씨는 교통사고로 뇌병변 1급 장애 등을 갖게 된 동생의 보험금 1억4454만 원을 자신의 계좌에서 보관하다가 1억2000만 원을 인출하고, 은행에서 빌린 8500만 원을 합쳐 제주시 연동 소재 빌라를 샀다.

현 씨는 '성년후견인'으로서 보수 청구권이 있다는 이유와 동생을 돌보면서 사용한 금액이 보험금 수령액을 상회한 점, 동거친족이기 때문에 형벌을 면제해 주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년후견인 보수 청구는 법원에서 심리하고 있던 중으로 판단이 내려지기 전 보험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독 명의의 부동산을 매수한 것은 명백하게 불법영득의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족이기 이전에 법률상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성년후견인으로, 피후견인의 재산 및 신상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다"며 "성년후견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빌라를 새로 구입한 이유 중 동생을 더 좋은 환경에서 간병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며 "현 씨를 당장 구속할 경우 동생을 돌볼 사람이 없어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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