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북한 귀순 병사' 수술 및 브리핑 이후 병원장에게 수차례 불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국종 교수는 22일 오전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진행된 귀순 북한군 병사의 건강 상태와 관련한 2차 브리핑 자리에서 "그저께 병원장에게 불려가 2시간 있었고 어제도 1시간30분 불려가 면담했다"면서 "외상센터 지을때보다도 병원장 호출이 더 많다. (병원장이) 2차 브리핑 취소하라고 했다. '외신기자까지 왔는데 취소하면 창피한 일이다'고 말해 (브리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환자를 살린 이 교수의 호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병원 내부에서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제기한 '귀순 병사 인권침해' 논란 때문 아니겠냐"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병원장은) 이 교수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정치권에서 귀순 병사 인권침해를 말해서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장은) 의사로서 (환자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의를 준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원장 혼자 말한 것도 아니고 서로 대화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의원은 전날인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회견 당시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비판 글을 게재했다.
이어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해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이는)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교수는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 오늘 환자 브리핑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자괴감 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제가 헌법을 들여다 본 건 몇십년 만에 처음"이라며 프레젠테이션(PPT)으로 헌법조항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제가 환자 프라이버시(개인의 사생활, privacy)를 위해 동의서도 받는다"며 "익명성 하에 (수술장면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런 게 안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정말 '환자 팔이'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저희같은 작은 신생 외과 대학은 견뎌낼 힘이 없다.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이 교수는 지금까지 일체 공개하지 않았던 석해균 선장 수술 장면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는 "석 선장은 '외상센터가 발전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고 했다"며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환자 상태를 듣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무릎이라도 꿇겠다"면서 "국정감사 때 (저에 대한) 비난 글 올리신 분은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다. 제가 빅5 병원의 의사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한쪽에서는 저를 '빨갱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친미주의자'라고 한다. 요즘엔 '적폐'라고 부른다"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저는) 오늘이라도 공문 하나 내려와서 그만하라고 하면 두 번 다시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지고 아무런 방해 없이 저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 전달돼 사회가 잘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