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코앞' 이진성 청문회, 헌재소장 공백 메울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진성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지난 9월 11일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의 인준안이 부결된 지 36일 만이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 | 김소희 기자] 이진성(61·10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국회서 열린다. 9개월여 동안 8인 체제였던 헌재는 지난 13일 유남석(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관 취임으로 '9인 체제'로 완성됐다.

여기에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직무대행 체제인 헌재 소장 공석 사태도 해소된다. 다만 '합리적 성향의 온건 보수주의자'라는 평을 받는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가치관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다.

◆ 여야 이견 없이 헌법재판관으로…소장 청문회도 잡음 없을까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법원장에 임명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지난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개인 신상과 관련해 별다른 잡음 없이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온건·합리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김이수(65·9기) 재판관과 함께 세월호 참사 대응과 관련한 소수 보충의견을 낸 바 있다.

5부 요인으로 꼽히는 헌재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만 거치는 헌법재판관과 달리, 국회 임명동의 절차(인준)를 거쳐야 한다. 법조계는 이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 수위는 앞서 진보 성향의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때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재판관에 대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야권의 거센 반발 속에서 부결됐다.

당초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야권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급되고 있는 '코드인사', '색깔론' 시비를 비켜갈 수 있는 지명이란 평가도 받았다. 따라서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을 검증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는 또 헌법재판관 가운데 김이수 소장대행을 제외하면 가장 선임 재판관이다. 고문현 차기 한국헌법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헌재소장으로 누가 적임자인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3당은 헌재소장 공백 사태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며 이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상황이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자가 자유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실현하고 무너진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적임자인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성실히 검증할 것"이라며 "또한 문재인 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위 특위 위원장은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각 당의 간사로 선임됐다. 윤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헌법 질서와 헌법을 수호할 적임자인지 면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고, 송 의원은 "제대로 검증해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잘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지난 9월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새롬 기자

◆ 내년 9월 19일 재판관 임기 종료…10개월 임기 헌재소장?

지난 2012년 9월부터 헌법재판관으로 활동한 이 후보자의 임기는 내년 9월 19일까지다. 별도의 법 개정이 없다면 이 후보자는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 헌재소장에 취임하는 경우 내년 9월 잔여임기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한 데 대해 "무책임하다", "소장 업무의 연속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도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논평에서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헌재소장으로서 남은 임기가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헌재소장 공백 상태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란 입장이다.

한 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잔여임기가 10개월여 남은 헌재소장 후보자로 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임기 기간 내에 헌재소장 임기 입법 미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해 새로운 임기 6년에 무게를 두고, 소장 지명에 앞서 국회에 임기와 관련한 입법 미비 요청을 해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입법 미비 문제를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해주길 기대한다"며 잔여 임기까지 소장 임기 규정 개정이 이뤄질 것을 요구했다.

임기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 후보자는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헌재 소장을 맡게 된다. 아울러 현행 제도대로면 문 대통령은 1년이 채 되기 전 새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임기에 대해 "2018년 9월 19일까지 헌법재판관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당초부터 국회에서 소장 임기 규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이진성 헌재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했다.

이번 헌재소장 청문회는 이 재판관의 과거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과 판결 이력, 정치 성향 검증 등을 토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양심적 병역거부'·'세월호 보충의견' 가치관 검증 요소로

9인 재판관 체제가 되면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나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리와 결론 도출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청문회에서는 올해 안으로 선고가 예상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청문회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해 기존 헌재 판례대로 '합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현역복무자가 복무기간 동안 겪게 되는 학업 및 전공분야 계발의 단절, 제대 후 시험 준비에서의 불이익을 고려하면 관련 규정은 합법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병역이 아닌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대체복무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병역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는 군 가산점과 관련해서는 "평등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의 군가산점 제도 도입은 가능하다"며 헌재의 위헌결정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사형제에 대해서는 검사직무대리로 근무할 당시 6명의 사형집행을 참관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선 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대신 감형이 없는 종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추가의견도 함께 밝혔다.

보수 성향의 이 후보자이지만,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내놨던 보충의견이 여야 공방의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헌재에서 주류 의견과 함께 소신 의견도 많이 내왔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 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 후보자는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내용의 보충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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