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정원장 3인' 엇갈린 운명, 朴수사 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3명 가운데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이 구속됐다. 반면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돼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40억 원대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73)·이병기(71) 전 국정원장이 17일 구속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병호(77) 전 국정원장은 구속을 면했다. 세 국정원장의 운명은 갈렸지만, 상납금의 최종 종착점으로 지목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각종 의혹과 관련해 중요부분에 대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반면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권 부장판사는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19일 오후 2시 그를 다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매달 5000만 원에서 1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점호성 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경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여겨진 청와대 쪽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국정원장 중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한 이병호 전 원장은 5억 원의 청와대 비공식 여론조사비까지 대신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인정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병호 전 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청와대 특활비를 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전 원장의 갑작스러운 박 전 대통령 거명에 옆에 있던 변호인도 당황했다는 전언이다. 이 전 원장은 "국가원수의 통치자금 개념으로 특활비를 지원했다"며 "만약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비용으로 사용됐다면 그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전직 국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상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더팩트 DB

재임 기간이 불과 7개월에 불과한 이병기 전 원장은 세 국정원장 중 유일하게 피의자 소환 조사 중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이 부임한 이후 남 전 원장 때 매월 5000만 원이던 상납액을 1억 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또 2015년 3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긴 뒤에도 같은 금액을 계속 상납하도록 국정원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 전 원장이 청와대에 증액해 건넨 특활비가 비서실장 발탁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뇌물죄 성립이 명백해진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또다른 죄목으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검찰은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특활비를 받아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된 이·안 전 비서관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검찰은 "나랏돈으로 제공한 뇌물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국정원의 상납 대상자로 언급돼 온 현기환,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국정원에서 1억 원의 뒷돈을 챙긴 의혹을 받는 최경환 의원 등에 대해서도 수사 고삐를 당길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된 남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인 뒤 주변부 조사가 끝나면 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조사를 벌일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점을 감안해 조사방법과 시기는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변호인단 전원 사임으로 재판이 1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사선 변호인을 재선임할지, 국선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아 조사에 응할지 현재로썬 미지수다. 검찰 내부에선 구치소 방문 외에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자택 압수수색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지시했는지, 청와대의 합법적인 특활비가 있음에도 불법으로 특활비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특활비를 어떻게 전달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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