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수장을 지낸 3명 가운데 남재준(73)·이병기(70) 전 원장은 구속된 반면, 이병호(77) 전 원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돼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 등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권 부장판사는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 취임 후 자신의 특수활동비 가운데 매달 5000만 원을 떼어내 청와대로 상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누가 처음 돈을 요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안봉근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기아차그룹 등 대기업을 압박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26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관여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8일 남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뇌물공여를 적용,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남 전 원장 당시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인 '1억 원'을 매달 청와대로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매달 500만 원씩을 특수활동비로 건넨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다.
전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2015년 3월~2017년 6월까지)을 지낸 이병호 전 원장도 전임 두 원장과 유사한 혐의를 받는다. 게다가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 경선 관련 여론조사 자금 5억 원을 청와대에 건네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정치관여 금지)도 있다. 그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 상납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