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4)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를 통해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11일 오전 구속됐다. 이에 사이버사 활동을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76)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11일 오전 3시54분쯤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은 연제욱(58)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58) 등에게 정부를 지지하고 야권은 비난하는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를 받고 있다. 또한 2012년 7월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에 추가 투입할 군무원(사이버사 503심리전단 요원)을 친정부 성향 선발하도록 신원조사 기준을 상향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토록 조치한 직권남용 혐의도 받는다.
임 전 실장은 2011~2013년 사이버사를 지휘하면서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정치관여 활동에 가담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로 구속됐다. 더불어 연 전 사령관으로부터 매달 100만 원씩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범행에 공모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해서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이 전 대통령이나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와 관련된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김 전 장관과 옛 청와대 관계자를 조사한 후 이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 사건'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정치관여(문화·예술·학계 블랙리스트 포함) △공영방송 장악 △다스(DAS) 실소유주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과제 중 가장 핵심 인물로 이 전 대통령을 꼽는다.
특히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엔 이 전 대통령의 출국 금지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11일 기준 동의한 이들은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시민들은 "다스 누구겁니까" "출국 금지뿐만 아니라 확실한 조사와 처벌, 모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이 전 대통려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댓글 공작 개입을 인정한 것"이라며 "그가(이 전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여러 의혹과 문건,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규명을 거부하고 왜곡하는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의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군 댓글공작을 지시한 총책과 조직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가 과거에 발목잡혀 있다'고 한탄하기보다 대한민국이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결자해지할 때"라고 이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인용해 지적했다.
국민의당 역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외 강의를 핑계로 진실규명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검찰에 나서 진실을 밝히라"면서 검찰의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이 전 대통령)가 12일 두바이 강연차 출국한다"며 "검찰이 블랙리스트 피해자 대리인단 요청과 수사 진행 상황을 두고 어떤 판단할지 주목된다. 망명신청, 해외장기체류 아니면 숨고르기 바람쐬기다. 수사는 기싸움이다. 일단 출국금지부터…"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해외 강연을 위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두바이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가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전할 지 사회 각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