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검=변동진 기자] '군(軍)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주도' 의혹을 받는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4) 전 국방정책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10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이들의 구속여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결정할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를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고 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2010부터 2014년까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은 비난하는 방식의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를 받는다.
또한 그는 2012년 7월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에 추가 투입할 군무원(사이버사 503심리전단 요원)을 친정부 성향 선발하도록 신원조사 기준을 상향했다. 게다가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토록 조치해 검찰은 지난 8일 직권남용 혐의까지 포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7일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과정에서 "북한의 기만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서 만든 것이 국군 사이버사 심리전단"이라며 "그들은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사이버사를 지휘하면서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정치관여 활동에 적극 가담했고(군 형법상 정치관여), 연 전 사령관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법조계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이다. 이번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향하게 될 핵심 고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 증원 당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란 지시를 받았으며, 활동 내역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또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연 전 사이버사령관과 실무 회의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김 전 장관 구속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현 상황에서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어 기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사안의 중대성, 즉 국기를 흔든 범죄라는 점과 일부 혐의에 대해 시인하는 등 범죄사실이 일부 소명돼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더팩트> 취재진에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김 전 장관의 증거인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다 조사도 하지 않았냐"며 "영장을 발부할 사유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군 정치관여 의혹이 밝혀지면 김 전 장관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한 명이고, 국기문란에 달하는 중대안 사안이다"라면서 "영장전담판사도 상당히 머리가 아플 것이다. 다만 제가 판사라고 한다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발부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 전 장관의 혐의는 국기를 흔든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망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혼자 이러한(사이버사 정치관여)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 아니냐"며 "혐의 인정 여부했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잡범만 구속하려는 얘기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엔 이 전 대통령 관여 여부에 대해선 적시하지 않았다. 우선 김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조사부터 끝난 뒤 본격적인 수사 방향을 잡을 방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