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원내 20석을 보유하던 바른정당이 반 토막 났다. 8명의 탈당파가 8일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12명 만이 남았다. 그나마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13일 전당대회 이후 탈당할 계획이어서 사실상 11명이 남은 것이다.
원내 20석이 기준인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박탈됐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는 정당 보조금이 대폭 감소하는 등 타격이 크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바른정당의 진로에 관심이 쏠린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이 추후 결국 다른 정당과의 통합을 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아직 불확실하다. 제1당 목표를 이루지 못한 한국당이 될 수도 있고 최근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도 거론된다.
우선 바른정당은 오는 13일 정상적으로 전당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후보로 나선 이는 유승민 의원, 정운천 의원, 박유근 재정위원장, 하태경 의원, 정문헌 전 사무총장, 박인숙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이 중에서 당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유승민 후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뚝심을 보여주며 청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유 후보가 당을 이끌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누가 당선됐든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기 지도부가 구성되면 바른정당은 당분간 체제 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 '추가 탈당' 얘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내 결집 강화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체제를 정비한 바른정당은 곧 통합 논의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현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큰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정당이 가장 유력하게 통합을 추진할 세력으로 예측되는 것은 국민의당이다.
우선 당장은 통합 논의보단 국민의당과의 정책 연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지속적으로 정책연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지속해왔으며 정책 연대 방향에 어느 정도 마음을 모은 바 있다.
이 정책 연대는 곧장 '합당' 논의로 이어질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현재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당 내 반발이다. 유 의원과 안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서로 합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논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당 내 호남계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 대표는 계속해서 합당을 언급하고 있고 반발 세력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만일 안 대표가 당내 반발을 수습하고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친다면 새로운 중도 세력이 탄생한다. 두 당의 통합은 중도 지지층뿐만 아니라 일부 진보·보수 지지층까지 흡수하며 확실한 제3당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한국당과의 통합 또한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각에선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 전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3, 4, 5월 그 때 가서 문재인 정부, 또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른다. 그 때 가서 만약 바른정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를 받고, 만약 정계개편의 판이 흔들리면 저는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개혁 보수를 갖고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본다"며 지방선거 전 통합 논의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는 지금은 탈당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를 향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더 명분 있는, 그런 보수대통합의 기회가 분명히 올 거라고 본다"며 "저는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고, 통합을 하려면 국민이 박수를 치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 전 한국당 등 야권의 상황이 변한 상황에서는 한국당과의 통합 또한 열려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