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연말연시를 앞둔 11월, 청와대가 갖은 '구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청와대 일부 참모진의 차출설이 불거졌다. 당사자들은 이를 적극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선거 국면에서 차출될 개연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참모진들의 '비위 의혹'까지 연이어 터졌다. 지난 7일 전병헌 정무 수석의 측근들이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바로 다음 날인 8일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 청와대에 솔솔 부는 '선거 바람'
공공연하게 청와대 참모진 차출설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크게 네 명으로 압축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다.
일단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위해 출마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첫 전국 단위 선거 승리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방선거가 가까울수록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청와대 인사 차출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임종석 실장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돼 오다 최근 전남지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전남 장흥 출신의 임 실장은 16·17대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지난달 25·26일 양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광주, 여수 방문 일정에 동행하면서 전남지사 차출설이 나왔다. 통상 대통령의 외부 일정 시 비서실장은 청와대를 지킨다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임 실장은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의 전남지사 출마설이 계속 나오는데 계획이 없다"면서 서울시장과 다른 지역 출마설 역시 일축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다. 부산은 문 대통령의 지역적 기반으로, 여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과 영남 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필승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광고를 나왔고,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인지도가 높은 조 수석이 후보로 거론된 이유다.
하지만 조 수석 역시 자신의 출마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조 수석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누차 의사와 능력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근래 여러 언론에서 저를 부산시장 후보로 계속 거론하고 있다"며 "제 앞에는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 완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저는 향후 오로지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전념하고자 함을 재차 밝힌다"고 했다.
성남 분당에 본사를 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성남시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초대 국민소통수석인데다, 대선 캠프서 SNS 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1번가'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현재 성남시는 이재명 시장의 경기지사 도전으로 무주공산이 됐다. 윤 수석 측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읽힌다.
충남 공주 출신의 박수현 대변인은 충남지사 선거 출마가 유력시된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이번엔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대변인으로서 인지도를 쌓았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변인 경험도 있어 '문재인+안희정' 효과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참모진들의 차출설에 청와대 한 관계자는 "본인들의 출마 의지가 없어도, 청와대 참모로서 문재인 정부를 위해 정치적으로 필요한 자리에 만드는 그림에 놓이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 전병헌에 탁현민까지…靑에 칼 겨눈 검찰
참모설에 이어 비위 위혹이 청와대를 덮쳤다. 전병헌 수석에 이어 하루 새 탁현민 행정관까지 재판에 넘겨지자 청와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검찰의 칼 끝이 청와대 현직 인사로 향한 것이다.
전 수석은 지난 7일 검찰수사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8일 "법과 절차에 따르면 된다"는 원론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로 평가하면서도, 검찰 개혁을 내건 문재인 정부와 검찰과의 갈등 아니냐는 관측도 있으며, 오히려 검찰의 '물타기'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탁 행정관을 두고 뒷말이 많다. 그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5월 6일 '홍대 프리허그' 행사에서 문 후보(대통령)의 육성 연설이 들어 있는 2012년 대선 로고송 음원을 배경 음향으로 튼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다른 선거 사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에도 이를 언론에 알린 것은 전임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안으로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기소된 것으로, 지난 (대선) 캠프 때 불거졌던 일이라 다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무혐의처리하려 했다거나 하면 '특혜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에 넘기는 것에 큰 의미는 안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현직 인사가 연이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데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최근 이런저런 일이 연속으로 터져 '검찰과의 갈등'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단순히 (공직)선거법 사안으로 법 절차상 처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