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소희 기자]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유남석(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대체로 "평이하다"는 반응이다. 유 후보자는 헌재 연구관으로 4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헌법에 정통한 판사라는 평을 받고 있고, 재산 및 병역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크게 논란이 없어 순탄한 청문회는 이미 예상된 바다.
이에 야당은 별다른 공격은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유 후보자는 법관으로서 생활이나 도덕성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과 '장인 그림' 의혹에 대해서는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 밖에도 유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과 동성애·동성혼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野 "코드인사"…'우리법연구회' 활동 공방
청문회 시작부터 유 후보자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였던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야당은 김명수(58·15기)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야당은 청와대가 김 대법원장에 이어 유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법부를 정치화한다"고 비판했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진보 성향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청와대가 대법원 등에 대한 인사를 할 때마다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단체에 들어가 활동한 사람들이었다"며 "이런 출신이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원, 검찰, 헌재 등 고위직에 대한 꿈을 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야당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우리법연구회'를 발족할 때 편향적인 사람으로 구성돼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법원 내부 학술단체로서 기능을 해왔다"며 "판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중립성과 균형 있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기에 어떠한 활동을 하더라도 편향성을 갖고, 편향적인 시각에서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야당 쪽에서 편향 인사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인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따져 묻자, 유 후보자는 "제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둘러싸고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 후보자는 다만 "하지만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은 어떤 소속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재판업무를 30여 년 이상 해 온 저의 실적과 태도, 열정 등을 고려해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워은 "'우리법연구회'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해체를 촉구하는 심리전을 전개했다는 보도를 봤느냐"며 "'우리법연구회'의 이념 편향성 논란 자체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 내 자발적인 판사들의 연구 단체에 대한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아니냐"면서 "권위주의 시대에 사법부가 일조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바꾸기 위한 법원 조직 내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칭찬을 받아야 될 활동들이었다"고 강조했다.
◆ 화가 장인 작품 대량 구매 '논란'…柳 "관계 없다"
유 후보자는 이날 법원, 헌법재판소 등 기관이 화가인 장인의 작품을 댜랑 구매한 것과 관련한 과정상 의혹과 증여세 미납 문제로 '도덕성 논란' 지적을 받았다. 유 후보자의 장인은 한국화가 민경갑(84) 씨로,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맡고 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유 후보자의 장인의 작품 22점(2억1000만 원 상당)이 법원, 헌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판매된 사실을 언급하며, "유 후보자가 1993년 헌재에서 일할 당시 장인의 작품 420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법원 등이) 그림을 구입한 경력은 알지 못한다. 법원에서 내부 선정 과정을 거쳐서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장인이 준 그림이라도 증여세를 내야 한다"며 지적을 이어갔고, 유 후보자는 "장인이 직접 그린 것이라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 역시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그렇게 많은 그림을 샀는데, 헌법재판관으로 가서 또 장인의 그림을 살 계획이 있는가"라고 김 의원에 지적에 가세했고, 유 후보자는 "제가 관여할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 후보자를 적극 방어했다.
박주민 의원은 "민경갑 화백의 그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가 소장한 예술품 71점, 한국화 13점 중 민 화백 작품은 1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 '희망의 나라'는 감정가액이 4800만 원으로 책정 됐는데, 헌재는 600만 원 싼 42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면서 "법원이 소유한 그림 21점을 봤더니 9점만 법원이 돈 주고 산 것이고 나머지는 기증한 것이다. 특혜 준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민 화백은 생존해 있는 작가 중 인지도가 15위인 명실상부한 한국화의 대표 작가"라며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박 전 대표는 유 후보자의 장인에 대해 "30년 전 제가 뉴욕에 살 때 선생 전시를 했는데 제일 비싼 그림이 3000달러였다. 당시 3000달러면 엄청난 돈이었다. 선생의 그림이 제 의원회관에도 걸려있다"며 "법원에서 구입한 금액은 평가 절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 柳 "대체복무제, 양심적 병역거부 대안…동성애 입장은 보류"
양심적 병역거부와 동성애·동성애에 대한 유 후보자의 입장도 눈길을 끌었다.
유 후보자는 육군본부 법무감실 법제장교로 복무하던 1995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법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헌재에 계류 중인 주요 사건 중 하나로,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최근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판결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논쟁 대상이 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의 대안으로 대체복무제를 언급했다. 그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양심·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가 반복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의) 대안 중 하나가 대체복무제"라며 "국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지 않게 할지 구체적인 부분을 연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 청문회 과정에서 이슈가 된 동성애·동성혼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며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유 후보자는 "동성애와 동성혼은 달리 봐야 한다. 동성애는 찬반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성혼 문제는 여러 고려할 사항이 많다. 관용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혼인 제도 문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등을 고려하면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사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군대 내 동성애 자체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군형법 규정에 대한 합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인 부분"이라며 "후보자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다만 "군대 내 동성애 문제는 입법 목적이 있다"며 "건전한 생활이 중요하고, 상명하복과 군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군 형법에 형사 처벌 조항을 둔 것"이라고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