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제1당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의 복당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통합파 의원들의 복당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이 가장 큰 명분이 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홍 대표의 입지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무리한 '친박(親 박근혜)청산' 강행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 대표의 행보는 현재 친박계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반발을 무릅쓴 채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했고 이는 일부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최고위원인 김태흠 의원은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하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은 무효"라고 항의했다. 김 의원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당내 갈등과 법적인 분쟁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홍 대표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감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당 대표께서 당을 운영하면서 숙고 끝에 (출당을) 결정하겠단 말씀은 하셨지만, 집단적 지혜와 총의를 모아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 강행처리, 이런 말은 당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이종길 중앙위원 외 당원 151명은 같은 날 홍 대표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접수했다. 이들은 "징계의 결정 권한을 갖지 못한 홍 대표가 윤리위 규정을 위반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며 “당헌·당규를 위배해 부당한 징계를 추진한 홍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이 곳곳에서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러한 충돌들이 계속되면서 홍 대표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이 독단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보수통합이 중요한 건 사실인데, 바른정당은 끌어오면서 정작 당내 친박계를 쫓는다는 것이 모순된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 역시 통화에서 "홍 대표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라며 "뭘 할 때마다 소음이 끊이질 않는 홍 대표의 당 운영 자체가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아직도 충돌의 불씨가 존재해 홍 대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출당 권고에 반발한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 대표에게 불리한 증거를 갖고 있으며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 의원이 출당 위협 속에서 해당 증거롤 공개하고 싸움이 진흙탕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몇몇 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서·최 의원 뿐만 아니라 홍 대표 또한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돌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친박청산은 필요하지만 어찌 됐든 계속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는 홍 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모양"이라며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홍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러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도 친박청산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은 국민들이 잔박들 보다 더 똑똑한 세상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며 "혁신의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이를 성공해야만 한국당이 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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