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에서도 본격적으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제2의 정계개편이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각을 세웠던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들이 거듭 대립하면서 사실상 결별수순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엔 물러서지 않은 安
안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출마 때부터 호남 중진의원 등 당 주류의 신임을 잃어버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원이 선출한 대표'라는 명분 아래 반발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 시나리오를 여론조사한 것을 계기로 중도보수 통합론에 드라이브를 걸자 본격적으로 비토가 쏟아졌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당내 실세인 호남 중진들이 모두 반기를 들자 안 대표는 조심스레 수위를 '통합론'에서 '정책연대'로 낮췄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실제 바른정당발(發) 정계개편이 현실화 되자 거듭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우선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6일 바른정당 통합파가 탈당을 강행한 것을 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타진했던 안 대표를 겨냥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혹평했다. 아울러 3선의 유성엽 의원은 안 대표가 독일-이스라엘 순방 중에 현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보복'으로 비판한 것을 문제삼아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게 뭐가 있느냐"며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안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전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의 한 중진의원께서 대놓고 저를 공격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라며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사실상 결별을 시사했다.
또 안 대표는 예루살렘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당 내홍 확산 가능성에 대해 "그래 봤자"라며 "더한 것도 다 했다. 총선도 혼자 힘으로 치렀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닭 쫓던 개 신세'라는 비판에 "바른정당이 깨질 건 다 예상하지 않았나"라며 "닭이 날아갈지 모르고 예상을 못했던 게 닭 쫓던 개"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경한 安에 대립각 수면위로 표출
안 대표가 의외로 강경하게 나오면서 당내는 발칵 뒤집혔다. 당장 안 대표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유성엽 의원은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함께 해야 하는 유력인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불러와 할 터인데 고작 한다는 것이 당내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다"고 분노했다.
유 의원은 또 이날 아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 어떻게 공당의 대표가 소속당원, 더구나 현역의원인 당원을 '불편하면 나가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여전히 본인이 뭘 잘못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당을 잘못 이끌어 왔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서 "악스러운 일이고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돈 의원도 이날 오전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국민의당의 내홍에 대해 "지금 이미 심정적으로는 쪼개졌다"며 "사실상 안 대표가 (이끄는) 최고위원회의 리더십은 이제는 상당히 추락했다고 봐야된다. 제2창당위원회라는 것도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냉소했다.
김경진 의원도 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의 '지도력 없음'이 이미 (당내에) 다 드러난 건 사실"이라며 "기금 당이 불안하고 내외로 지지가 없는 상태인데, 그럼 대표 본인이 잠잠히 있어야 한다"며 되려 안 대표가 분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날(현지시각 6일) 그를 반박하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모든 투덜거림에 다 답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안 대표의 언행이 정치권에서 당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택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사실상 분당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중진 의원과 소위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당 정치고문단 중심의 반안파 간 대립 양상이 고착화되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당으로의 이탈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 깨자는 분위기 보단 安은 안된다는 얘기"
그러나 당 내부에선 분당이나 탈당은 아직은 이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으로 다시 들어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명분이 아직 속 시원하지가 않다"며 "당을 나올 때 호남소외, 양당 기득권 체제에 대한 시스템적 모순을 지적하며 나왔는데, 이것이 해결됐느냐 (그것이 문제). 그런 것들이 당을 뜨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안 대표가 자꾸 분란을 만드니까,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큰 것"이라며 "안 대표가 당원에 의해서 선출돼 끌어내리지는 못하니 본인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흔드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민
주당 내부에서도 같은 이유로 국민의당의 탈당파 복귀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호남중진 의원들은 안에서도 목소리를 크게 내셨던 분들이라 사실 (복귀가) 어렵다. 그 분들도 나가셨을 때 문제삼았던 것들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 없인 돌아오는 명분도 없다"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이제 코 앞에 왔고, (호남계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민주당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부 사정이 매끄럽지 않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국민의당이 선뜻 쪼개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