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그동안 묵혀왔던 여야 의원들의 앙금이 분출했다. 청와대 등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이고 당내 지도부들로 구성되는 만큼, 이날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문제, 인사실패 등이 타격의 대상이 됐다. 특히 과한 언동으로 분위기가 한때 험악해지기도 해 남은 정기국회의 전초전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실패 책임 당사자 조국 나와라"
6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 국회 운영위는 본 질의 시작전 의사진행 발언으로 설전을 벌였다. 앞서 여야 원내수석이 기관증인으로 조 수석의 출석을 합의했으나 전날 청와대 측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조 수석은 이날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조 수석이 막상 (국감) 당일이 닥쳐오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라면서 "비서실장이 당일 공석인 상황에서 국감에 신속대응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매일 반복된 레코드판이다. 국회 무시를 넘어 국회 멸시, 국민 무시"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날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으로의 입당을 앞두고 있는 정양석 의원은 "(조 수석이) 출석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여당과 청와대 간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조 수석은) 5대 인사 요인이 아니라 이 사람이 과거 우리편이었는지, 우리하고 코드가 맞는지 검증하는 것 같다. 인사참사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낙마한 장관이 7명"이라면서 "조 수석이 국정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운영위 국감장에 나와서 대응해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대통령이 추천했기 때문에 민정기능이 작동 안한 것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한다. (그래야) 이 시간 이후부터 또 다른 인사참사, 인사실패를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 사례를 들며 조 수석을 호위하고 나섰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해 집권 여당 대표인 이정현 대표가 단식으로 우병우 출석을 온몸으로 막았다"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인사참사라고 하는데, 최순실이 인사를 다 한 것 그 이상의 참사가 어디있겠느냐"고 반격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역대 민정수석이 출석한 건은 김대중 정부 1회, 참여정부 6회"라며 "지난 9년 동안 한번도 민정수석을 국회에 부르지 못했는데 자신을 돌아보고 요구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항의 피켓 시위'에서도 충돌...의사진행 발언만 2시간여
여야는 조 수석의 불출석 외에도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날카롭게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석에 놓인 노트북 커버에 부착한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는 피켓은 지난 달 대부분의 국감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이 마저도 여야 의원들의 기싸움의 소재가 됐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에게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셨는데, 제가 회의하는 데 방해가 된다. 부착한 피켓을 떼달라고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김경수 의원은 "정치적 주장은 정론관에서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도 할 수 있다"며 "운영위는 앞으로 국회의 관행을 만들어 나가는 곳이다. (피켓시위로)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야당하시다가 여당이 되시니까 과거에 어떻게 하셨는지 다 잊으신 것 같은데 이 (피켓 시위) 문화를 만들어낸 것은 지금 여당 의원들"이라면서 "저희들이 참고를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은 이번 국감에 임하는 저희들의 테마이고 문제의식"라고 맞섰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도 "야당은 야당 입장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내는 게 국민 뜻을 따르는 것이다. 국회의원 개인들의 가치와 철학을 표현하는 것까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이날 본 질의까지는 두시간여가 지난 후에 본격 시작됐다.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제가 일방적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여야 의견이 상충되기 때문에 간사 간 합의사항으로 넘기겠다"고 중재하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본 질의서 건건이 충돌한 與野...과한 표현에 분위기 험악
본 질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숙명여고 출신인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냥 "숙명여고 전성시대"라고 발언하면서다.
민 의원은 "조현옥 인사수석이 (김 여사와 같은) 숙명여고 출신이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잘 안 돌아가는데 조현옥 수석을 계속 앉혀두는 건 숙명여고 라인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며 김 여사가 인사개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발언을 하자 임 실장은 "김 여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엄용수 한국당 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이중인격자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한 것 역시 임 실장과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엄 의원은 "이 정부의 많은 비서진과 내각이 서민, 민중을 이야기하지만 한번 돌이켜 보라. 재산사항나 행태들을 볼 때 다 이중인격자들"이라고 비판하자 임 실장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느냐"며 정색했다. 이어 그는 "저희가 캐서 (채용비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에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부정부패 근절 의지인지 정치보복인지는 국민이 평가하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한 표현도 거듭 나왔다. 한국당에서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391 흥진호' 사건을 두고 '송영무 왕따설'을 제기하면서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향해 "해경은 국방부에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는데 송영무 장관은 모르고 있었다, 송 장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니까 청와대 안보실에서 장관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송 장관을 왕따시켰냐"고 따졌다.
이에 정 실장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 하자 정 의원이 거듭 말을 자르며 "국민들이 황당해 한다"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답변 중이니 좀 들으라"라며 "다 듣고 보충질의 하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