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2일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에 대한 무죄 선고, 법학전문대학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50대 남성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1억 사기 혐의' 박근령 1심 무죄…"범죄 증거 부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모터펌프 생산업체에게 납품을 도와주겠다며 1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63) 전 육영재단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 전 이사장의 수행비서 곽모(56) 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 전 이사장은 2014년 4월 곽 씨와 함께 160억 원대의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수문과 모터펌프 등을 생산하는 A회사 운영자 정모씨에게 1억 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이 납품 계약을 성사시킬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계약 성사를 돕겠다고 나서며 사전에 돈을 챙긴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직접 납품을 돕겠다고 말했다는 증거나 정황이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2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변협은 지난 6월 법무부에 제6회 변호사시험의 로스쿨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등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변협은 지난 7월 로스쿨 운영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로스쿨의 세부운영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로스쿨은 소속 대학의 명성이 아니라 로스쿨 자체의 법률가 양성시스템 수준에 따라 평가돼야 함에도 합격률이 공개되지 않아 잘못된 기준에 의해 서열화가 고착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김현 변협 회장은 이날 판결에 대해 "법원도 로스쿨 합격률을 공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 것"이라며 "그동안 로스쿨에 대한 평가가 기존 명성에 의지해왔는데 앞으로는 합격률이라는 중요한 지표로 로스쿨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룸 방문 인터넷 수리기사 살해 피고인 무기징역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택수)는 자신의 원룸을 방문한 인터넷 수리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권모(55)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권 씨는 지난 6월 16일 오전 11시 7분께 인터넷 점검을 위해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수리기사 A(52)씨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홀로 지내면서 사이버 주식거래를 한 A씨는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10년 넘게 불만을 품어오다 점검을 하러 찾아온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데다 피해자가 도망가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다고 변명하는 점 등을 살피면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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